검찰, ‘경의선 책거리 고양이 살해’ 30대에 징역형 구형

“계획범행 아닌 우발적 범행” 주장…이달 22일 선고

사건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에 잡힌 정모(39)씨가 세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묻은 고양이 사료를 준비하는 모습./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책거리에서 고양이를 무자비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유창훈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정모(39)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책거리에서 근처 술집 주인 A씨가 기르던 고양이를 바닥에 수차례 내던지는 등 학대한 끝에 살해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를 받는다.

정 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혼자 사는 고시원에서 가져온 세제를 사료와 섞어 고양이에게 먹이려고 다가갔으나 고양이가 이를 거부하자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또 고양이를 싫어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평소 경의선 숲길에서 자주 산책을 했는데 길고양이가 자주 나타나 놀라는 일이 많았고 발을 물리기도 해 길고양이를 싫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씨 측 변호인은 “고양이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화가 나 저지른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인은 “주인이 있는 고양이가 아니라 길고양이인 줄 알고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최후진술에서 “범행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한 번만 선처해 준다면 이후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지역 주민들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일부가 참석했으며 이들은 피고인 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한숨을 쉬거나 소리를 내어 흐느꼈다. 한 방청객은 재판이 끝나자 손을 들고 일어나 “경의선책거리 일대에서는 매일같이 고양이가 사람 손에 죽어 나간다”며 “다시는 사람들이 법을 무시하지 않도록 엄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 씨의 선고 공판은 이달 22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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