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왼쪽부터)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도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사태’의 여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국정감사 파행 사태까지 겹치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대대적 인적쇄신과 심각한 여론에 대한 각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그간 쌓였던 여당의 불만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돌출행동을 기점으로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가 전면에서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촉발했다는 게 불만의 이유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조국 사태와 그간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빚었던 물의를 여당이 무리수를 두며 수습해야 했던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靑에는 아빠만 있고 엄마는 없다”=우선 청와대에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정책 방향을 기탄없이 논의할 만한 ‘엄마 역할’을 하는 참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강 수석도 노영민 비서실장도 다가가기 힘든 아버지 역할에 가깝지 국정운영과 정책 전반에 대해 우리가 속내를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라며 “대다수의 의원들이 청와대 의견 전달책에 대해 의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공식적인 당정 협의회 등은 매우 잘 돌아가고 있기는 한데, 공식 회의이기에 허심탄회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며 “물밑 대화가 있으면 긴밀한 소통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정부가 과도하게 투명한 것은 지향하다 보니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수석의 이번 언행에 대한 비판론도 크다. 청와대가 여당과의 소통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에도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정무수석은 당과 청와대 간 가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야당과의 그 역할도 해야 한다”며 “야당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청와대의 의견을 전달해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곳인데 소통이 잘됐다면 애초에 이런 일 자체가 발생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무 라인 인선은 매우 부적절하다. 하지만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니 아무도 말을 못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이인영 원내대표가 바로 혼을 냈어야 한다. 야당이 부적절한 질의를 하면 여당이 들고 일어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정책,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 인정해야”=청와대가 어려운 경제상황을 둘러싼 여론을 직시하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민이 경제가 어려워서 힘들다는데 ‘우리 경제는 견실하다,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하면 국민들의 화만 돋울 뿐”이라며 참모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9월 청와대가 8월 고용동향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해 비판받았던 것처럼 청와대 공보 라인이 겸허한 자세로 경제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차라리 ‘지금 경제상황이 구조적으로 힘든 시기다. 정책에도 다소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과감히 수정하겠다’고 말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선의 김상희 의원도 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민심이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야당 탓, 언론 탓, 누구 탓을 하지 말고 스스로 성찰하면서 같이 고민하자”고 발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경제가 너무나 안 좋다. 정책도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아무 잘못 없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는 자체적인 조직 진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청와대의 조직 진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최근 비서관급 이상을 상대로 청와대 조직의 효율성 등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년 정기적으로 하는 조직 진단”이라 밝혔으나 연말을 기점으로 청와대가 인적쇄신 등을 포함한 조직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그러나 ‘내부 수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야당의 공세에 밀려 인적쇄신이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정연·김인엽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