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후속조치를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사후규제 단일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합산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딜라이브 인수작업에 난항을 겪어온 KT로서는 한 고비를 넘겼지만 최종 판단을 내릴 국회가 언제 매듭을 지을 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주요 방송통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차관급 정책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하고 첫 회의에서 이같은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에 합의했다고 5일 밝혔다.
먼저 유료방송간 인수·합병(M&A) 때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방송법에는 종합유선방송(SO) 합병때는 방통위의 사전동의가 꼭 필요하지만 지분 인수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과기정통부만 승인하면 된다.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 때는 방통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LG유플러스의 CJ헬로에는 직접 관여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양 부처는 국회가 관련 방송법을 개정할 때 SO 최다액출자자 승인 시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를 신설해 방통위가 합병은 물론 인수 때도 의견을 내기로 했다.
유료방송 이용요금을 신고제로 전환하고 이용요금 승인 등 약관업무는 현행대로 과기정통부가 수행하되, 요금 승인대상 지정 시 방통위가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애초 방통위는 이용요금 승인제를 유지하되, 규제 대상이 되는 시장집중사업자도 직접 지정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과기정통부 안을 따른 셈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인터넷(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을 합해 특정 업체가 전체 점유율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으로 지난해 6월 일몰됐다. 그러나 재도입 법안이 발의된 뒤 규제를 부활할지 없앨지를 두고 1년 반째 지지부진한 논의가 이어진 가운데 일몰의 전제조건이 될 정부 사후규제안 조차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입장차로 진척이 더뎠다. 이러는 사이 유선방송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던 KT는 자칫 합산규제가 재도입될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안이 통일된 만큼 국회 결정만 남았는데, 논의할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여전히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