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청소·세탁...줄잇는 '혼족' 겨냥 스타트업

'혼족의제왕' '세탁특공대'
쉐어하우스 '동거동락' 등
의식주부터 커뮤니티까지
1인가구 늘며 가파른 성장
벤처캐피털 뭉칫돈 투자도


최동석(35)씨는 독서 커뮤니티 ‘살롱비(Salon.B)’를 운영 중이다. 올 초 지인 3명에서 시작한 독서 커뮤니티는 반년 만에 특별한 홍보도 없이 50명이 훌쩍 넘었다. 혼자의 힘으로 벅찬 최 씨는 향후 가능하면 투자 유치도 받고 자금을 확충 해 규모를 더 키울 생각이다. 최씨는 “회원 90% 이상이 혼족”이라며 “이들은 독서란 키워드로 사람들과 더 어울리고 공부하는 데 기꺼이 회비를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관련 혼족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사들이 ‘혼족’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이 유망하다고 보고 초기 투자에 잇따라 나서는 분위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혼족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VC들의 입질이 확산되고 있다. 1인가구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모임 플랫폼 ‘2교시’는 20억원 안팎 투자 유치 마무리 단계에 왔다. 박종은 2교시 대표는 “지난해 1월 창업 당시보다 올해 말 매출은 3배 가까이 성장했다”며 “올 초 3,000명이었던 회원 수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10월 말 현재 2만3,000명으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창업 1년째지만 수십억원 투자에 많은 VC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VC들이 1인가구나 혼족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에 관심을 키우는 것은 생활 패턴 변화가 이제 시장성을 가질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 임수진 파트너는 “1인가구는 미니멀한 생활 습관과 편리함을 중시하는 만큼 자신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매우 높다”며 “최근엔 간편식, 빨래, 청소, 주거 등 폭넓은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 유치 건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혼족을 위한 스타트업으로는 의식주와 커뮤니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 역시 최근 급성장 중이다. 가정간편식(HMR) 스타트업 테이스티나인은 2015년 창업 당시 13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올해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6월에는 VC들에게 16억원 규모 투자 유치도 이끌어냈다. 1인가구를 위한 세탁 행 스타트업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도 올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창업한 세탁특공대는 올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엔 10억원 안팎의 시리즈A 투자 유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주거 분야 스타트업 동거동락이 현재 총 30개 지점에서 1인가구를 위한 쉐어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 기준 30개 지점에서 평균 공실률 5% 이하를 유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독서모임 커뮤니티 트레바리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올 초 5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또 혼족의 커뮤니티 플랫폼을 제공하는 ‘혼족의제왕’은 출시 4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4만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정단비 혼족의 제왕 대표는 “결혼여부나 1인가구에 상관 없이 혼자 활동 즐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1인 경제 시장 전망도 밝아 1단계로 회원 20만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치솟는 집값과 불안정한 고용 등에 따라 현재를 즐긴다는 심리도 혼족을 위한 스타트업 창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종은 대표는 “과거엔 돈을 벌고 저축해 집을 마련한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하지만 회원들 대다수인 혼족들과 밀레니얼 세대들과 만나보면 어차피 큰 저축을 하는 것보다 현재의 경험을 중시하는 세태가 더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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