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하이일드채권, '숲'보다 '나무'를 볼 때다

마틴 혼 베어링 공모채권투자 대표

마틴 혼 베어링 공모채권투자 대표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3·4분기 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현 국면이 장기화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개별 회사채의 선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분기 미국과 유럽 하이일드 채권투자 수익률이 각각 1.03%, 0.92%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론 수익률은 각각 0.92%, 1.09%를 기록하면서 핵심 하이일드 자산군 간 성과는 상대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은행이 비둘기파적 면모를 보임에 따라 채권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연초 이후 미국 하이일드 채권 성과가 대출자산의 성과를 웃돌았다. 선순위담보부 론(대출)의 경우 미국 리테일 투자자의 관심이 낮아졌으나 신규 발행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의 영향 등으로 올해 현재까지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론 대비 채권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높아짐에 따라 두 자산군 간 수익률 차이는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하이일드 채권 발행 회사들의 펀더멘털은 견조한 수준이다. 최근 수년간 경제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가운데 기업 실적은 전반적으로 탄탄했으며 기업들의 차입 수준 또한 안정적이었다. 지난 10년간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 덕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대비 이자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인다.

하이일드 채권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잠재적 리스크인 디폴트율은 여전히 과거 평균 수준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글로벌 무역분쟁, 원자재 가격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 경제성장 둔화 및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마켓 타이밍을 노린 투자보다는 철저한 상향식 회사 신용도 분석을 통해 단기 변동성을 이겨내고 전체 크레디트 사이클에 걸쳐 투자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믿고 있다.

과거 하이일드 시장이 일시적인 혼란에 빠질 때면 다양한 기술적 요소 또는 리스크 발생으로 시장 내 특정 자산군이 일정 기간 시장 성과를 웃돌거나 밑돌고는 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말 경제성장에 대한 전반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초부터 지금까지 우량 등급 회사채는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하나의 트렌드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지만 3·4분기 말, 특히 하이일드 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추세 변화로 B등급 회사채의 성과가 BB등급의 성과를 웃돌았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전반적으로 건전한 가운데 투자자의 수익률 추구 현상이 심화하면서 벌어지는 것으로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펀더멘털 관점에서 하이일드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이나 향후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글로벌 거시경제적 리스크들이 존재하고 있다. 잠재적 리스크 요인들 속에서 최적화된 투자 의사 결정 시기를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사이클 전반에 걸쳐 전략적이면서도 유연한 투자 접근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특정 시점에 상대가치가 매력적인 세부 자산에 전술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