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 40년 노하우, 적도의 나라서 꽃피운다

에콰도르 만타공항 운영권 인수 계약 체결 눈앞
단순위탁관리 넘어 업체선정·노선개발 등 총괄
독자적 운영권 쥔 한국의 첫 번째 해외공항 기록
첨단 IT 기술 접목…30년간 6,700억 매출 기대
내년 5월 신규터미널 완공 시 국제선 취항 증가

손창완(오른쪽)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4일(현지시각) 호세 가브리엘 에콰도르 교통건설부 장관과 함께 만타공항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공항공사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건설이 진행 중인 만타국제공항 여객터미널 공사 현장의 모습. /김현상기자

손창완(오른쪽)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4일(현지시각) 만타시 97주년 기념행사장에서 호세 가브리엘 에콰도르 교통건설부 장관에게 만타공항 사업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공항공사

4일(현지시각) 에콰도르 최대의 항구도시 만타의 수산물시장에서 현지 상인이 참치를 손질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태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참치조업국이다. /김현상기자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서쪽으로 260㎞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해안도시 만타. 지난 4일(현지시각) 찾은 만타의 첫 관문인 만타국제공항에서는 적도의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 속에서도 터미널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3년 전 발생한 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공항 내 주요시설이 모두 파괴되자 에콰도르 정부는 피해복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항의 모든 운영을 책임질 열쇠를 외국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제 9부 능선을 넘어 열쇠의 주인이 되기 위한 최종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단순위탁관리가 아닌 해외공항의 독자적 운영권을 모두 갖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만타공항은 2015년까지만 해도 한해 여객수가 최대 30만명에 달했던 에콰도르 5대 공항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에콰도르를 강타한 지진으로 공항시설이 파괴되면서 여객 수는 현재 절반 수준인 16만명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이날 찾은 만타공항은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키토를 오가는 국내선만 하루 서너 차례 운항하고 있었다. 참치조업으로 유명한 에콰도르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북미 관광객들의 인기 휴양지로 떠오르던 만타를 찾는 발길이 줄어들자 에콰도르는 대대적인 공항 리모델링과 함께 모든 운영권을 정부간계약(G2G) 형태로 외국에 넘기기로 했다.

사업정보를 입수한 한국공항공사는 사업범위와 기간, 구조 등을 담은 사전제안을 통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스페인 등 경쟁국들을 제치고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 5월 한국공항공사는 사업참여 제안서를 처음 제출한 뒤 에콰도르 정부의 요청사항과 향후 계획 등을 반영한 최종제안서를 이날 제출했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우리의 최대경쟁력 중 하나인 첨단 IT 기술과 40년간 쌓아온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만타공항을 가장 스마트한 공항으로 발전시켜가겠다”고 강조했다. 공사 측은 빠르면 올해 말 최종계약 체결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한국공항공사는 앞으로 30년간 만타공항의 시설관리와 운영, 투자, 개발 등을 총괄하게 된다. 특히 사업발주자의 요구만을 수행하는 단순위탁업무와는 달리 노선이나 상업시설개발, 용역업체 선정, 사용료 인상까지도 공항공사가 결정권을 갖는 국내 최초의 해외공항 운영권 수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사는 향후 30년간의 운영기간 동안 5억8,000만달러(약 6,7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만타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휴양지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만타공항 이용객도 함께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공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달 28일부터 남미 최대 항공사인 라탐항공이 ‘키토-만타’ 노선을 신규 취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신축공사 중인 여객터미널이 내년 5월 완공되면 국제선 노선도 추가로 들어설 전망이다. 이날 공항 건설현장을 함께 시찰한 호세 가브리엘 마르티네스 에콰도르 교통건설부 장관은 “오랜 공항 운영 노하우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을 전수받기 위해 한국을 택했다”며 “한국공항공사가 선진운영시스템을 통해 취항노선을 점차 늘리게 되면 만타가 중남미의 허브공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콰도르는 만타공항의 하드웨어와 같은 여객터미널 공사는 중국기업에 맡겼지만,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운영권은 한국에 넘겨줬다.

한국공항공사는 만타공항을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공격적 사업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손 사장은 “국내 14개 공항의 운영경험을 살려 90% 이상이 중소규모인 중남미 공항시장에서 공격적인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타(에콰도르)=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