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차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지로 서울 27개 동이 결정됐다. 특히 강남 4구의 경우 정비사업 추진지역 대부분이 포함됐다. 본지가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7개 동에서 추진위~분양 전 정비사업 단지는 압구정과 여의도 일대 노후 아파트 등을 포함해 95곳에 이른다. 재건축을 준비 중인 초기 단지까지 포함할 경우 숫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들 대부분은 노른자 단지로 평가 받는 사업장이다.
전문가들은 상한제가 적용되면 강남·서초 등 주요 지역은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일반 분양물량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기 어려운 단지는 재건축을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또 청약 광풍 외에 정책 목표인 집값 안정보다 풍선효과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급등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과천과 양천구 목동 등 재건축발 집값 급등 지역이 빠지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통매각 보류된 용산·여의도도 영향권=정부는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과 관련, ‘정량 요건’으로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지난 2017년 8·2대책 이후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초과하는 곳으로 못 박았다. 또 일반분양 예정물량이 1,000가구 이상이거나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단지라는 단서 조항도 걸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곳이 서울 강남 4개 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27개 동이다. 강동구 둔촌동은 일반분양 물량이 4,000가구를 넘는 둔촌주공이 자리하고 있어 포함됐고 한남·보광동은 한남3구역 재개발이 가시화한 상황이어서 규제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후분양을 모색하거나 ‘통매각’ 등 우회 방안을 추진 중인 곳도 포함됐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단지가 포함된 반포동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마포구 아현동(래미안푸르지오)과 성동구 성수동 1가(갤러리아 포레) 등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의 중심축이 되는 단지가 자리한 곳도 규제를 피하지 못했다. 여의도동은 시범·미성 등 대다수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옛 MBC 부지에 위치한 주상복합 ‘여의도 브라이튼’이 분양을 앞두면서 이번에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양천구 목동은 재건축 1차 안전진단을 진행하는 초기 단계여서 이번에 상한제 적용을 피했다. 서대문구와 동작구 일대도 일반분양 예정물량이 1,000가구 미만으로 집계돼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경기도 과천도 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이번에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와 관련, “강남 4개 구는 정비사업이나 일반사업 물량이 있고 집값 상승률이 높다”며 “강남 이외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보광동, 성동구 성수동 1가는 고분양가 책정 우려가 있어 이번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화된 ‘로또 아파트’ 양산=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분양가와 관련해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가격 통제보다 5~10% 더 떨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개략적으로 보면 서초구 반포동의 경우 3,000만원 후반에서 4,000만원 초반까지 분양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에서는 올 들어 서초 그랑자이가 3.3㎡당 4,891만원에 분양했는데 이보다 1,000만원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어 그야말로 ‘로또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대규모 일반분양이 예정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역시 현재 거론되는 수준보다 더 하락하게 된다. 이 단지는 조합에서 3.3㎡당 3,000만원 이상을 원하고 있지만 HUG가 2,000만원 중반대에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4월 유예기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지 못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3.3㎡당 분양가는 2,000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로또 아파트’ 양산에 따른 청약 과열 등 부작용에 대해 전매제한 연장과 거주 의무 부과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실장은 “해당 지역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했고 2~3년간 실거주 의무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관련해 정비사업 위축, 청약 과열, 신축 강세 등 풍선효과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주변 지역 신축아파트로 쏠림 현상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규제를 덧씌운 상황이어서 신축아파트의 가격 상승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세종=강동효·이재명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