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T 최고경영자(CEO) 내외부 후보군 37명이 확정됐다. 정권의 ‘낙하산’ 인사 없이 경영능력으로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반지원만 스무 명을 웃돌며 애초 예상보다 후보군이 대폭 두터워졌다. 사내 고위급과 KT 출신 올드보이(OB), 전직 관료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KT 지배구조위원회는 “통합심사는 이제부터이며 정해진 것은 절차와 시기뿐”이라고 못 박았다. 후보들이 유례없이 ‘난립’하면서 선출 과정에서의 잡음과 진통 역시 우려된다.
지배구조위는 지난달 23일부터 2주에 걸쳐 공개모집과 전문기관 추천을 받아 사외 회장 후보군 구성을 마무리했다고 6일 밝혔다. 개별접수로 21명의 후보자가 지원했으며 복수의 전문기관을 통해 9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외부인사는 모두 30명으로 꾸렸다. 지배구조위는 후보자 명예 보호와 공정성을 위해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전 KT IT기획실장), 이상훈 전 기업고객부문장, 임헌문 전 매스 총괄 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노태석 전 KT 부회장, 맹수호 전 KT정책협력부문 사장, 전인성 전 KT희망나눔재단 이사장 등과 참여정부 시절 관료 중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유영환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외부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위는 앞서 경쟁력 있는 내부 회장 후보군 육성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부사장급 이상 10여명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 등 검증을 통해 7명을 선발했다.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과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이상 사장)과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앞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위는 내외부 37명의 후보를 심층검토해 이달까지 일부를 선정한 다음 다음달 조직을 갖추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지배구조위가 김대유 사외이사를 비롯해 5명의 사내외 이사로 구성된 반면 회심위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참여하는 만큼 보다 까다로운 잣대로 후보자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심위는 이 중 단독후보나 소수의 유력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회가 연내 내정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사회가 회심위에 사내이사가 더해지는 구조여서 회심위 판단이 곧 최종 결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KT 사내이사는 황창규 회장과 김인회·이동면 사장이다. 황 회장은 4월17일 KT 청문회에서 “회장 후보 선임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이사회의 회장 선임 과정에 불참한다. 회장에 도전하지 않는 김 사장은 현재 지배구조위부터 회심위, 이사회의 고정 구성원이다. 반면 이 사장은 유력한 차기 후보여서 이 사장이 이사회까지 살아 있는 후보가 될 경우 회심위와 이사회 구성원이 같아진다.
신임 CEO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 공식 회장직에 오르지만 주총이 사실상 통과의례인 만큼 내년 1월부터는 차기 CEO 체제가 시작된다. 내년 초 회장 내정자 인수위가 구성되는 대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새해 사업계획 발표가 잇따라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KT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정권의 낙하산 인사만 아니라면, 내부나 외부 누구든 능력 있는 CEO라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황 회장을 보더라도 KT 회장이 아니라 ‘황의 법칙’을 만든, 세계적인 반도체 스타여서 KT의 5세대(5G) 세계 최초 상용화나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과정이 훨씬 순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9년 KT와 KTF 합병 이후 처음으로 CEO가 임기를 다 채우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다음 CEO를 정하는 경험을 하는 KT로서는 연말 분위기도 이전과 사뭇 다르다. 통상 KT는 11월을 전후해 직원의 실적을 평가한 뒤 임원·승진 인사가 이어지는 연말까지 상대적으로 느슨한 시기를 보냈다. 직원들의 잔여휴가도 이때 몰린다. 지난해의 경우 5G 체제를 대비해 평년보다 이른 10월에 업무평가를 마치고 11월 중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반면 올해는 CEO 선임 이후로 인사가 미뤄지면서 여전히 ‘긴장’하는 시기가 이어진다고 KT 관계자들은 전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