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 지고 주식 뜨고...'글로벌 머니무브' 꿈틀

美中합의 진전·일부 지표 개선 기대
미국 3대 지수 등 세계 증시 상승세
"초강세 안전자산에 반작용" 분석
"미니 랠리" vs "내년 상반기까지↑"
지표개선 확인돼야 머니무브 본격화


글로벌 위험자산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 가격이 최근 한 달 사이 급락하고 엔화와 금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신 전 세계 증시는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유가 등의 상품 가격들도 강세를 띠고 있다. 그동안 안전자산 가격이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올라 이에 대한 반작용도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와중에 미중 무역갈등의 1단계 합의와 내년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으로 자본이 일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본격적인 ‘리스크 온(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발동하며 ‘머니 무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제지표들의 실질적인 개선이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해지는 리스크 경고등에 위험자산 랠리=6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전일 유럽과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선진국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다. 미 국채 10년물은 1.842%로 전일 대비 6.5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미 국채금리는 지난 10월 초만 해도 1.5%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불과 1개월 만에 무려 28bp나 올랐다. 다른 선진국 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 국채 10년물의 경우 전날 4bp가 상승하며 -0.312%, 영국은 5.4bp 상승한 0.772%를 기록했다. 두 국채 수익률 역시 지난 1개월간 각각 26.5bp와 32.7bp나 급등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값도 주춤하고 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8%(27.40달러) 내린 1,483.7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1,500달러선을 하회했다. 엔화 가격 역시 약세다. 달러당 108.98엔으로 109엔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반면 위험자산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3대 지수는 현지시간으로 4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H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만선을 회복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도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새로 쓰고 있으며 베트남VN지수 역시 이달 들어 3거래일 누적으로 2% 넘게 오르면서 박스권을 돌파하며 1,024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우려로 배럴당 50달러 초반대를 맴돌았던 유가 역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2%(0.69달러) 상승한 57.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경제지표 확인돼야 본격적인 머니 무브=위험자산으로 투자금이 일부 이동한 데는 그동안 초강세를 띠어온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일부 경기 전망이 개선된 점이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가 갈수록 가시화되는 점이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 랠리를 이끌고 있다. 9월 초부터 양국의 물밑 협상이 시도됐으나 긍정과 부정 뉴스가 번갈아 나오면서 금융시장 역시 등락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중이 무역합의를 위해 기존 관세를 일부 철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한발 더 나간 전망이 나오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됐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와 ISM 제조업지수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난 것도 긍정적인 지표로 해석됐다. 유럽연합이 협상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우려도 잦아 들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몇 주 전 만해도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공포가 컸으나 최근 지표들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같은 공포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일정대로 이달 중 미중 정상이 만나 1차 합의문에 서명하면 연말을 기점으로 글로벌 경제 전반이 수축 국면을 마감하고 다시 확장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위험자산으로의 본격적인 머니 무브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아직 미국 및 신흥국에서 개선된 실물 경제지표가 나오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 기조가 지속되면 위험자산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0여년간 지속된 안전자산 강세장 속에서도 위험자산의 반등이 반복적으로 있었으나 ‘미니 랠리’ 수준이었다”며 “신흥국 경제 및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요원해 이번 위험자산 랠리도 단기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