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대통합’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황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 관련 표창장 수여와 인재 영입 논란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자 보수통합 논의를 주도해 범보수의 중심에 서는 동시에 인적 쇄신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은 자신이 제시했던 ‘보수 재건’ 원칙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면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고 화답했지만, 한국당 내부는 물론 통합 파트너인 우리공화당도 반대하고 있어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황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승리를 위해 자유 우파의 통합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며 “모든 뜻 있는 분들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황 대표가 그간 비공식적으로 범보수 세력이 뭉칠 필요성을 말했지만 공식적으로 통합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은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표창장 수여와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논란에 당내에서 “혁신도 감동도 없는 지도부”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지난 5일에는 ‘강남·영남권 3선 의원, 지도부 용퇴 또는 험지 출마’ 요구까지 나왔다. 7일에는 당의 쇄신을 주문하기 위해 초선 의원들이 모일 예정이다.
이에 황 대표는 이 같은 선제안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분열된 보수 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업적을 세우는 동시에 당 밖의 범보수권 인사를 껴안아 당내 인적쇄신의 속도도 높이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저는 이미 보수 재건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고 제안했다”며 “한국당이 이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보수를 근본적으로 재건하는 대화라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변혁의 계획과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보수통합 논의가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의 생명줄로 불리는 ‘공천’과 꼬이며 오히려 한국당의 내부분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황 대표는 전날 김태흠 의원이 주장한 ‘강남·영남권 3선 용퇴론’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3선 의원=쇄신 대상’이라는 낙인을 찍은 데 더해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내년 총선에서 현역 중진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진들은 집단반발하고 있다. 부산 지역 4선인 김정훈 의원은 공식 성명서를 내고 “특정 지역만 거론하고,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을 나가라 마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꺼낸 보수통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책임을 두고 보수 세력 내에서도 격론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고 하는 보수통합은 불의한 자들의 야합, 모래 위의 성”이라며 유승민계와 함께하는 통합 논의를 거절했다.
/구경우·방진혁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