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국내 행동주의펀드 뭉친다… 내달 기업거버넌스協 설립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거버넌스협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선다. 자본시장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가 본격 도입되고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다만 경기둔화와 사실상 ‘시계 제로’의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에 경영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형태의 기업거버넌스협회가 최근 발기인대회를 마치고 다음달 설립될 예정이다. 한진그룹을 상대로 주주 행동에 나선 효성티앤씨(298020) 등에 주주 서한을 보내 지배구조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요구해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이번 협회 결성 역시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보자는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일종의 이해관계자 집단처럼 여겨지던 소액주주 운동을 확대해 가치중립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소유·경영구조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순위는 12개국 가운데 9위로 아시아 국가 중 하위권이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중국과 필리핀·인도네시아 등 3곳뿐이다. 특히 한국은 상장사 부문(11위), 지배구조제도 부문(10위)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미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기업경영의 새로운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올해 1~4월 주총에서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20.4%로 지난해(18.8%)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기업경영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올해 3·4분기까지 국내 10대 상장사의 누적 영업이익 잠정(추정)치는 47조4,2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조190억원) 대비 47.9% 급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각종 주장이 기업의 미래 가치와 꼭 일치 하지는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주요 기업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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