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대상지역 해제가 결정된 부산 해운대·수영·동래구, 고양 일산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 대출규제 등이 완화되면서 이른바 ‘빚내서 집 사기’가 쉬워진다. 매수 문의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상한제에서 제외된 서울 동작구·양천구와 경기도 분당·과천 등은 이번주 매매가 오름폭이 더 커지는 등 우려했던 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에만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곳은 양도소득세 중과가 없어지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짧아지면서 일시적으로 전국에서 단기투자자가 몰려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조정지역 해제가 예정된 지역의 주택 시장을 살펴본 결과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부산과 일산신도시 등은 이미 지난 10월께부터 조정지역 해제를 예감한 원정 갭투자로 일부 반등세가 시작된 상태였다.
해운대·수영·동래구를 마지막으로 광역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부산은 호가가 일제히 올랐다. 해운대 중동과 우동 일대는 분양권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중동 M공인 대표는 “어제 오후부터 전화가 난리가 났다”면서 “분양권을 내놓은 매도자는 다 거둬들이고 급히 사달라는 사람은 줄을 섰다”고 전했다.
해운대롯데캐슬스타 전용 95㎡ 분양권은 11월4일 9억39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올 초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신고가를 썼다. 부산 지역은 10월부터 부동산 투자 모임에서 일부 단지를 타깃으로 한 갭투자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산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일산서구 후곡9단지LG롯데 전용 84㎡는 올 3월 4억2,000만원에서 최근 3,000만원 오른 4억5,000만원 이상에 거래 소식이 전해졌다. 10월 초에는 급매물이 일부 거래되기도 했다. 일산동 W공인 대표는 “3주 전부터 작은 평형 위주로 갭투자 물건이 거래되더니 지금은 물건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물건이 없어 거래를 못 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한제에서 비켜간 지역은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시 아파트 매매가는 이번주 0.51% 상승했다. 전주(0.46%)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분당신도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야탑동 B공인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이슈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면서 “상한제 지역으로 추후 지정된다 해도 가격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아파트값이 급등했지만 규제에서 제외된 대전도 추가 상승 가능성에 매물이 전무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 강남권은 관망세다. 이곳의 재건축 단지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장은 정중동이다. 압구정·여의도 등 특히 초기 재건축 지역의 경우 상한제 관련 문의도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압구정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책이 하도 많이 나와서 내성이 생겼다”며 “예전에는 정책이 나오면 시끌시끌하고 문의전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조합원들은 좌불안석이다. 특히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 중인 단지는 더더욱 그렇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일반분양가가 조합원분양가보다 낮아지는 가격 역전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조합원들은 수억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조합별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그동안 집값이 덜 올랐다가 규제에서 벗어난 지역의 집값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풍선효과를 따라 뒤늦게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