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기존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을 ‘디지털은행’으로 독립시키기 위한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이미 ‘은행 속 은행(Bank in Bank·BIB)’을 지향하며 조직 운영과 예산·인사 등 디지털금융그룹에 자율권을 부여한 우리은행은 해당 그룹 차원의 예적금 상품까지 출시하는 등 최종적으로 분사(spin-off)까지도 가능한 형태의 독립된 디지털은행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룡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완결성을 갖춘 독립된 디지털은행을 마련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묻어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3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디지털 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디지털금융그룹에 자체적인 내부통제 전담 조직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7월 해당 그룹에 예산과 인력 운용, 상품 개발의 독립권한을 부여한 1단계 수준을 넘어 조직 전체의 내부통제까지도 우리은행으로부터 사실상 독립하는 2단계에 돌입하는 셈이다. 내부통제 전담 조직 신설로 상품의 금리 산정도 직접 결정하게 된다. 당장 이달 중 IT·통신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해 우리은행과는 별도의 디지털 적금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대 초저금리 현실에서도 연 8%대의 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품 금리까지 직접 책정이 가능하게 되면서 은행의 복잡한 조직 라인과 별개로 IT 기업, 핀테크 업체들과의 협업을 활발하게 추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독립성과 완결성을 가진 완전히 다른 은행’을 목표로 하는 데는 ‘디지털 전환이 곧 생존’이라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테크자이언트(tech giant)’의 공세에 금융권 전체의 판이 뒤집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가 최근 금융업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출범 2년 만에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IT와 금융의 경계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는 “은행과 핀테크, 그리고 핀테크 간에 합종연횡이 빈번히 일어나는 이른바 ‘금융 빅뱅’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