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모병제 검토에…野 "안보 불안한데 표만 보나" 집중포화

민주연구원 "단계적 모병제 필요"
與 싱크탱크 총선 공약 언급하자
나경원 "병역마저 선거 도구화"
유승민 "저의 의심스럽다" 맹공
이인영 "공식적인 얘기없어" 진화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4진 대원들이 육군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하고 있다. /사진제공=육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내년 총선 공약으로 ‘모병제’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보수 야권이 ‘청년층의 표를 노린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내년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숙고해 도입을 논의해야 할 모병제를 갑자기 꺼낸 것 자체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여러 견해 중 하나이며 정리가 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보훈단체 간담회에서 “안보불안 상황에서 갑자기 모병제를 총선 앞두고 꺼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불쑥 꺼낼 수 있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중요한 병역 문제마저도 선거를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의 공정성을 지키는 중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징병제인데, 이른바 군대 가는 문제마저 또 다른 불공정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게 나 원내대표의 의문이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이번에는 ‘월급 300만원의 직업군인’이라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월급 300만원’ 모병제 전환을 위한 재정 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징병제’는 국가 안보를 지탱해온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 중 하나”라면서 “문 정권이 대한민국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병제’를 일자리 정책 차원으로 접근해 그 기반을 흔들려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안보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의 비판은 민주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분단 상황 속에서 ‘정예 강군’ 실현을 위해 단계적 모병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보고서의 내용을 겨냥한 것이다. 연구원은 ‘이슈브리핑’에서 모병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심각한 인구절벽으로 징집인원이 부족한 점 △보수·진보 정부와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준비한 대안이라는 점 △모병제 전환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 등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주요 병역자원인 19∼21세 남성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76만8,000명으로 1차 급감(23.5%)하고 2030∼2040년에는 46만5,000명으로 2차 급감(34.3%)한다고 분석했다. 2028년부터는 전체 인구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만큼 당초 정부의 계획인 ‘50만 군대 및 병 복무기간 18개월’로도 병역자원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아울러 현행 징병제로는 숙련된 정예 강군 실현이 불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도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비판 의견에 힘을 보탰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모병제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안보를 해칠 것”이라며 “징병제에 비해 정말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총선을 앞두고 그런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며 “당장 거둬들이고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그런 것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모병제 공론화 움직임에 여당인 민주당도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섣부른 논의가 자칫 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체 연구인지, 연구원 여러 견해 중 하나로 한 것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면서 “공식적으로 얘기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에게 “연구원이 석 달 동안 검토한 내용이라며 정책위에 보냈는데 정책위에서 검토된 바는 없다”며 “일단 제안이 됐으니 내용을 살펴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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