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응급의료교육장 심폐소생술 실습현장. /이신혜 인턴기자
어느 날 내 가족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면? 하고 싶지 않은 상상이지만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병원 외 심정지 환자의 발생은 비공공장소에서 66.9%, 공공장소에서 19%(2015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공장소 가운데선 가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78.3%다. 이 같은 심정지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필수다. 그러나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이상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배우거나 실습해볼 기회가 없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서울지역에 약 50~60곳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협회 홈페이지에는 일반인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의 스케줄이 공지돼있다. 소방의 날(9일)을 앞둔 지난 2일, 서울 수유동에 위치한 강북구응급의료교육장에서 일반인 대상 심폐소생술(CPR) 교육에 참가해봤다.
교육장에 모인 일반인들과 학생들은 교육 영상을 시청한 뒤 응급구조사의 지시에 맞춰 심폐소생술 실습을 해봤다. 실제 심폐소생술 상황과 비슷하게 119 신고 시뮬레이션부터 가슴압박까지 차례로 이뤄졌다. 평소 가지고 있던 ‘기존 의학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처럼 손바닥으로 30~40번 적당히 누르면 되겠거니’하는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우선 손바닥보다 좁은 면적인 ‘손꿈치’로 생각보다 온 힘을 다해 깊게 눌러야 해서 손꿈치 뼈가 아프고 얼굴과 등에서는 땀이 흘렀다. (실제로 다음날 팔에 근육통이 왔다.) 3분 동안 가슴압박이 끝나자마자 교육받던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 마네킹이 ‘내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남은 시간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렬하게 들 뿐이었다. 실제로 심정지 환자를 살린 사람들은 구급대원이 오는지도 모르고 가슴 압박을 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다수라고 한다. 방법만 알면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할 수 있는 최선의 응급구조이므로 짧은 시간 안에 ‘내 손’으로 가족이나 지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도 살릴 수 있다.
심폐소생술 방법은 이렇다. 첫째, 환자의 ‘윗어깨’를 두드리며 의식을 확인한다. 아무리 깨워도 의식이 없고 호흡을 아예 하지 않거나 ‘꺽꺽’거리듯 숨이 넘어가는 비정상적 호흡이 이어지면 심정지 환자일 수 있다. 둘째, 바로 심폐소생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119 신고를 먼저 한다. 혼자 있는 경우 스피커폰으로 전환 후 119 상황요원의 지시에 따른다. 셋째, 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위치를 세세하게 말한 후 환자의 호흡과 가슴의 움직임을 확인한다. 넷째, 상황요원의 가슴압박 지시가 있으면 한 손의 ‘손꿈치’를 가슴 젖꼭지 정중앙에 두고 다른 손으로 감싸 압박한다. 다섯째, 가슴 압박 시 성인의 경우 5~6cm의 깊이로 분당 100~120회 속도로 수를 세며 압박한다. 일정한 속도로 압박하기 위해 입으로 소리를 내면 도움이 된다. 소방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119 상황요원의 구호에 맞춰 심폐소생을 지속한다.
심정지 환자가 정상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4분. 4분 안에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인 환자를 심폐소생술 하지 않으면 환자의 뇌세포가 죽고 장기 기능이 저하돼 설령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는다고 해도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다른 장기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적용돼 소송에 휘말리거나 손해를 입을 일은 없다.
성인(소아 포함)과 영아(1세 미만) 가슴압박 위치/이신혜 인턴기자
교육을 진행한 김나현 강북구보건소 주무관(28·1급 응급구조사)은 실제 응급실에서 근무할 당시 숨진 영아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온 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세 미만의 영아의 경우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 방법이 다르다. 둘째, 셋째 손가락 2개(혹은 셋째, 넷째 손가락 2개)을 이용해 가슴 중앙 손가락 한마디 아래를 4cm 정도로 압박해야 한다. 부모의 경우 혹시 심폐소생을 하다가 아이가 아파할까봐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응급실로 달려오지만 그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경우가 다수라 손 쓸 방법이 없다. 따라서 무조건 이상이 생기면 119 신고부터 해야 한다. 실제로 부산에서 한 번도 심폐소생술을 배우지 못한 아버지가 119 상황요원의 지도에 따라 아이를 살린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주무관은 “심폐소생술을 할 때 위치, 속도, 깊이, 이완 이 네 가지만 기억하면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다”며 “위급한 상황일 때 구조하러 오는 소방관들에게 2~3배의 시간, 환자에게는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응급환자 구급출동은 1일 8,013회로 5,150명의 이송이 이루어진다. 간단한 치료가 필요할 경우 119 구급차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할 수 있다. 응급상황 발생 시에는 손 놓고 구급차만 기다리기보다는 119 신고 후 ‘내 손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