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명작을 감상할 때 가장 주눅 들게 하는 말이다. 지적 밑천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간 ‘혼자 보는 미술관’의 저자인 큐레이터 겸 평론가 오시안 워드는 나만의 감각으로 감동을 느끼는 용기를 내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의 감상평에서 멀어질 용기와 잘 알지 못해도 선뜻 다가설 용기만 낸다면 오히려 모를수록 잘 보이는 게 미술작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식론에서 ‘백지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를 10가지 키워드로 풀어낸 감상법을 제시한다. 마주하는 시간(Time), 작품과 나의 관계(Association), 배경(Background), 이를 통해 이뤄지는 이해(Understand), 이해를 한 후에 다시 보는 과정(Look Again)과 평가(Assessment), 그림의 역동성을 만드는 리듬(Rhythm), 메시지를 담은 비유(Allegory), 보이지 않는 액자인 구도(Structure), 명작만이 가진 분위기(Atmosphere)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의 감상법을 따라 존 컨스터블의 ‘새털구름 습작(1822)’을 비롯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1657~1659)’, 자쿠 루이 다비드의 ‘마리의 죽음(1793)’ 등을 보면 책은 어느새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 된다. 1만6,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