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중반 한 여행기에서 소개된 ‘타타르의 식물성 양’은 400년간 상상 속에 존재한 나무였다. 인도에서 자라는 이 나무의 호리병박 모양 열매 안에는 작은 새끼 양들이 들어 있는데, 껍질을 벗겨 먹어봤더니 맛이 좋았다는 것이다. 당대 유수의 박물학자와 식물학자들이 이 나무가 실존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나무를 직접 봤거나 열매를 따 먹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했을 뿐이다.
신간 ‘가짜 뉴스의 시대’는 거짓 정보가 인간의 신념을 어떤 방식으로 조작하는지 파고든다. 공동 저자인 게임이론가 케일린 오코너와 물리학자·수리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 제임스 웨더럴은 ‘당신이 무엇을 믿는가는 당신이 누구와 알고 지내는가에 달려있다’는 주장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들은 정보를 아무리 합리적으로 해석해도 올바른 신념을 형성하지 못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개인들이 모여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집단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가 올바른 신념을 갖고 유지하기에는 취약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는 자연스레 어떤 정보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 더 예민해져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저자들은 “중요한 것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언론에 의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대중에게 실질적인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1만6,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