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일 오후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윤석열’이라는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통해 공정하고 민주적인 검찰 수사 절차가 정착되는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후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윤 총장을 거명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7월25일에는 신임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윤 총장을 ‘우리 윤 총장’이라 부르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10월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직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윤 총장도 배석했다. ‘조국 사태’ 이후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첫 대면이다. 윤 총장이 조 전 장관의 일가가 연루된 각종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상징적 인물이자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린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만큼 둘의 어색한 만남에 관심이 쏠렸지만,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윤 총장은 회의에 앞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자료를 살펴보는 데 집중했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기 전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윤 총장은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거의 90도로 숙여 문 대통령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인사는 채 3초도 걸리지 않았을 만큼 짧았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과 대화를 나누는 대신 모두발언에서 윤 총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대통령이 이름을 직접 언급한 회의 참석자는 윤 총장이 유일했다. “특별히 검찰개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뤘다고 판단한다. 이제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이후의, 그다음 단계의 개혁에 대해서도 부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추진하고 있는 ‘셀프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법무부와의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높이 평가한다”며 “그러나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법무부와 긴밀히 협력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을 특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외에는 검찰개혁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의가 끝난 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비공개 회의에서) 윤 총장을 포함해 다른 참석자들도 각자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회의 후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이 따로 만남을 가졌냐는 질문에는 “따로 말씀 나누시는 건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날 열린 협의회는 기존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확대·개편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오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로 확대개편하는 것은 부패를 바로잡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의 가치를 뿌리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각오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