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의 허리둘레가 남자 90㎝(35.4인치), 여자 85㎝(33.5인치)보다 클수록 치매 발병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라도 허리둘레가 큰 복부비만이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치매 위험이 남성은 15%, 여성은 2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려대구로병원 빅데이터연구회 류혜진(내분비내과)·조금준(산부인과) 교수팀이 지난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 87만2,082명의 치매 발병 여부를 2015년까지 평균 6.47년 추적관찰한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인의 허리둘레가 정상(남성 85㎝ 이상∼90㎝ 미만·여성 80㎝ 이상∼85㎝ 미만)보다 클수록 치매 위험도 높아졌다. 허리둘레가 남녀 모두 95㎝ 이상~100㎝ 미만이면 정상 노인보다 13%, 110㎝ 이상이면 60% 안팎(남자 63%·여자 58%)으로 치매 위험이 높았다.
반면 허리둘레가 정상보다 작으면 치매 위험이 낮아졌다.
지금까지 비만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증명한 연구는 많았지만 복부비만과 노년기 치매 발병률에 대한 연관성을 조사한 코호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 연령층에서 비만과 연관된 치매 위험성을 평가하고자 할 경우 허리둘레를 고려해야 함을 보여줬다”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비만은 치매의 위험인자로 밝혀졌지만 영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BMI와 치매 발병률이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만과 치매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노인 비만은 제지방 손실 및 체중 증가 없이 지방 조직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비만의 지표로 BMI를 쓰는데 지방과 제지방량을 구분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허리둘레가 복부 내장지방 평가에 보다 정확한 지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팀은 노인의 BMI와 치매 발병률 간의 연관성은 동반·기저질환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나이, 혈압, 공복혈당,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당뇨병·고혈압·심혈관질환 병력, 음주·흡연·운동상태 등 생활습관 요인 등을 조정한 뒤 허리둘레와 치매의 연관성을 산출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비만(Obesity)’에 ‘이달의 논문(Editor’s choice)’으로 선정됐다. 류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콜로라도의대 댄 베세센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복부 내장지방이 노년층의 치매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개연성을 보여주었으며 노인층에서 낮은 BMI는 근육량 감소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치매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해석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