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준칙 법제화 더 이상 미적댈 일 아니다

올 1~9월 누계 국세수입이 228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6,000억원 감소했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면서 재정수지는 나빠졌다. 통합재정수지는 26조5,000억원 적자,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57조원 적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세수입이 줄어든 데는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실적 하락으로 법인세가 덜 걷힌 영향이 컸다. 지출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근로·자녀 장려금 지급이 확대되면서 늘어났다. 세수호황이라던 얘기가 엊그제 같은데 정부는 마침내 세수결손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세수 목표 대비 거둬들인 비율인 세수 진도율은 77.4%에 불과하다. 남은 3개월 동안 이를 100%로 맞추기는 사실상 무리라는 것을 정부도 인정한다. 이렇듯 재정에 빨간불이 계속 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513조5,000억원이라는 초슈퍼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세수결손이 불가피한 만큼 부족한 부분은 당연히 적자국채를 발행해 충당해야 된다. 정부는 이미 올해 부족한 재정을 적자국채로 해결했다. 내년에는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올해보다 2배 늘어난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점점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다는 데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적자는 올해 1.9%에서 내년 3.6%로 높아지고 2023년에는 3.9%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정 확대의 불가피성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계획성 없이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집안 살림을 하는 주부도 씀씀이에 대한 기본원칙은 세워놓는데 5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겠다면서 원칙도 없이 주먹구구식이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우수하다며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는 속도를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저출산·고령화에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되는 지금 재정 건전성을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재정 건전성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 건전성을 위해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재정준칙 법제화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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