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와 냉장고 등 분야에서 전방위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LG전자(066570)가 이번엔 휴대폰 사업과 관련해 중국 업체에 새로운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기술 베끼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격적 행보다.
LG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중국 전자회사 TCL을 대상으로 휴대폰 통신기술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고 10일 밝혔다. TCL은 TV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휴대폰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500만대가 넘는 휴대폰을 판매했다. 최근엔 ‘Z’ 형태로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의 시제품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LG전자가 이번 소송에서 문제 삼은 특허는 휴대폰에서 통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LTE(롱텀에볼루션) 표준특허 3가지다. 표준특허는 제품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 기술 특허를 의미한다. LG전자는 지난 2016년 TCL에 첫 경고장을 보낸 이후 여러 차례 특허 라이선스 협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당한 특허 사용에 맞서 자사 지적재산권(IP)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LTE 특허 소송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미국 특허분석기관 ‘테크아이피엠(TechIPM)’에 따르면 4G 표준특허 부분에서 LG전자가 2012~201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2건의 LTE 특허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지난 2017년 3월엔 미국 휴대폰 제조업체 ‘블루(BL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엔 프랑스 휴대폰 제조업체 ‘위코(Wiko)’와의 특허 소송에서도 1심 승소했다.
특히 독일 법원은 위코가 LG전자의 3가지 LTE 표준특허를 모두 침해했다며 LG전자의 소 제기 내용을 전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위코가 항소심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LG전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전생규 LG전자 특허센터장(부사장)은 “지적재산권은 부단한 연구개발의 결실이자 사업 경쟁력의 근원”이라며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분야와 업체를 가리지 않고 특허 소송을 이어가는 LG전자의 공격적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하이센스를 대상으로도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하이센스 TV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최근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9월엔 유럽 가전업체 아르첼릭·베코·그룬디히 3곳에 냉장고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LG화학 역시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전을 진행중이다.
이를 두고 ‘구광모 체제’ 이후 LG가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9월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에서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