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화하는 中광군제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건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가 올해도 어김없이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11일 행사 개시 96초 만에 100억위안(약 1조6,584억원)의 거래액을 돌파해 125초가 걸린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또 1시간여 만에 2015년 광군제 전체 매출을 웃도는 등 숱한 신기록을 쏟아냈다. 광군제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쇼핑축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광군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첨단 정보기술(IT)과 접목된 쇼핑혁신 덕택이다. 알리바바 플랫폼에서는 수만명의 판매자들이 동영상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증강현실(AR) 기능으로 실제 사용한 듯한 효과를 체험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기술 진화를 통해 올해는 처음으로 수억~수십억원짜리 집이 온라인 매물로 등장했고 78개 국가에서 2만2,000개의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 첫선을 보였다. 더욱이 올해부터 별도의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제품을 팔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우리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광군제 덕분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도 광군제에 맞서 이달 초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하고 있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초라하기만 하다. 정부의 독촉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업체들이 많은데다 할인판매 여부를 놓고 한때 보이콧 소동까지 빚었다. 그나마 일부 마트에서 완판 행렬이 이어지는 등 예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행사 위주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가 유통업체의 영업시간과 판매품목까지 간섭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제로 옭아매고 있으니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우리도 중국처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글로벌 브랜드가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과감히 규제를 풀어 유통혁신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갈망하는 내수 진작도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언제까지 다른 나라의 쇼핑축제를 부러워만 해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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