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돼지 핏물 임진강 지류 하천으로 흘러 오염

상수원 오염 우려…파주시, 금파취수장 취수 중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 작업을 진행하다가 트럭에 쌓아둔 수만 마리 돼지 사체에서 핏물이 새어 나와 임진강 지류 하천을 오염시키는 사고가 났다.

12일 경기도와 연천군에 따르면 10∼11일 연천군이 마지막 남은 돼지 살처분을 진행하면서 매몰 처리에 쓸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제작이 늦어지자 4만7,000여 마리 돼지 사체를 중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군부대 내 매몰지에 트럭에 실은 채 쌓아뒀다. 하지만 10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돼지 사체에서 핏물이 빗물과 함께 새어 나와 인근 하천을 붉게 물들이는 사고가 난 것이다.

침출수는 임진강 지류 마거천과 연결된 실개천으로 흘러 100∼200m 구간은 눈으로도 쉽게 핏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도와 연천군은 급하게 오염수 펌핑 작업과 펜스를 설치해 침출수가 더는 임진강에 흘러들지 않도록 조치했으나 일부는 이미 마거천을 통해 임진강으로 유출된 상태다. 사고가 난 매몰지는 임진강과는 10여㎞, 임진강 상류 상수원과는 직선거리로 8㎞가량 떨어져 있다.

침출수가 상수원을 오염시킨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상수원을 관리하는 연천군맑은물사업소는 마거천과 임진강 일대 물을 채수해 수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파주시는 12일 오전 10시부터 금파취수장의 취수를 중단했다.

파주시는 10일 연천군 마거천 인근에서 발생한 침출수 일부가 오는 13일 임진강으로 유입될 것으로 파악하고 파주 북부지역에 공급되는 수원을 팔당 광역 상수도로 대체해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침출수 유출 사고는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살처분을 진행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와 연천군은 지난달 12일부터 연천지역 돼지 16만 마리를 수매 또는 도태 처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도태 처리 대상 14만 마리는 랜더링 방식(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을 퇴비나 사료원료로 활용)으로 처리하거나, 살처분한 뒤 2,000∼3,000마리를 처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FRP)에 담아 매몰한다. 랜더링 방식은 친환경적이기는 하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매몰 처리는 시간이 적게 걸리지만, 매몰지가 있어야 한다. 또 주변에 매몰지가 있으면 앞으로 재 입식을 할 때 제약이 있어 양돈 농가들이 꺼린다. 연천군은 랜더링 위주로 작업을 진행하다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독촉에 밀려 무리하게 살처분을 진행했다. 문제는 용기 제작과 살처분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용기 제작이 늦어져 살처분한 돼지 사체를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살처분 시간을 3∼4일만 더 줬어도 침출수 유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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