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 겸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비용이 연 2,600억원으로 추산돼 예산 마련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해당 금액은 시도교육청이 지원해 국고 부담이 없다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전환이 이뤄지는 2025년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등 교육 예산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어서 정책 집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세종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59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전체 학년이 일반고로 전환됐을 때 추정되는 지원 예산은 연 2,6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금액은 해당 학교에 지원되는 교사 인건비, 무상교육·무상급식 등을 포함한 비용으로 5년으로 계산하면 1조 3,000억원 규모로 교육부가 지난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1조 600억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전환은 2025년부터 한 학년씩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2027년부터 전체 학년이 적용된다. 금액 지원은 시도교육청 예산인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교육청이 부담하기 때문에 추가로 국고 예산이 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사고에서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는 비용을 일반고로 전환이 되면서 국가가 맡아서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발표에도 비용 마련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은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2025년이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교육 예산 부담이 예상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기존 2022년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준비 부족을 이유로 2025년으로 미뤘다. 더구나 이때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까지 맞물리면서 정책 집행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현장에 안착 될지 확실하지 않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전제로 정부가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교육정책 파트너인 시도교육감들이 향후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금은 전체 17명 교육감 가운데 14명이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돼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지만 2020년 지방선거에서 판도가 바뀔 경우 교육감들이 비용 분담을 거부할 수 있다. 최근 정부와 교육감들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두고 비용 분담에 대한 갈등을 겪었던 것처럼 자사고 등의 전환 비용을 두고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반고 전환이 다음 정부에서 뒤집힐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교육정책의 연속성을 근거로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유 부총리는 “정권이 교체된다 하더라도 일반고 전환은 교육과정 변화와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뒤집힐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고교체계 개편이 현장에 안착 되면 역행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자사고 등의 탄생이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폐지도 시행령 개정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나왔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애초에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폐지도 시행령 개정으로 해야 한다”며 “차별화된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고려했을 때 미래에 자사고를 다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