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착륙하고 있다./연합뉴스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신주를 인수,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내릴 계획입니다. 항공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간담회장에 참석한 정몽규 HDC(012630)그룹 회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이번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던 만큼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장에서 예상하는 인수 이후 구조조정 계획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그것도 강한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휘청이던 현대산업개발을 연매출 5조원의 그룹으로 키워낸 정몽규 회장과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손을 잡은 만큼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체질개선이 예상된다. 신규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줄이고 노후 항공기를 교체하는 등 체질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정 회장이 밝힌 시너지 효과는 다음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은 수년간 유동성 위기로 재정악화에 시달려왔다. 부채비율은 660% 수준까지 치솟았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투자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20년 이상 된 노후 항공기의 비중이 23%로 대한항공(11%)의 2배가 넘었다. 여기에 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잃으며 자금 차입마저 어려워져 아시아나항공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2조원 이상의 증자로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정 회장은 구조조정과 명칭 변경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침표를 찍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금호산업(002990)과 세부조건 협상에 성공해야 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산 컨소시엄은 상세 실사를 진행하며 우발채무 등을 검토해 인수가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 당시부터 구주 가격을 높이려는 금호산업과 현산 컨소시엄 간 이견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다만 금호산업이 무리하게 구주 가격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번 매각이 유찰될 경우 채권단이 주도하는 딜로 전환돼 금호산업의 영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에어부산 지분 해결도 장애물로 거론된다. 아시아나항공과 통매각 대상에 포함된 에어부산의 지분은 44% 수준이다. HDC그룹은 ‘HDC→HDC현대산업개발(294870)→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부산’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된다. 현산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안에 에어부산 지분 56%를 사들이거나 지분 44%를 모두 처리해야 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업황이 악화하는 터라 에어부산 지분을 팔기도, 사들이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 이후 현산은 비수익 노선 복구 등 경영정상화 작업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강점이었던 중국 노선이 저가항공사에 개방되며 발생하는 운임 및 점유율 하락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장거리 노선에서도 대한항공에 경쟁력이 밀린다는 점 또한 극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운영 중인 면세점·호텔·레저 등 관광산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0여개의 국제선을 운영하는 아시아나뿐 아니라 근거리 해외 소도시에 집중한 에어서울 등 LCC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항공 고객들을 호텔과 면세점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산은 글로벌 호텔그룹 하얏트의 파크하얏트서울과 파크하얏트부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를 인수해 리조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기내면세점 사업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시장에 진출해 HDC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1~9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에어부산의 기내면세점 매출액은 784억원이다. 규모는 시내면세점·공항면세점보다 작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다.
미래에셋대우는 시장의 추측과 달리 이번 인수전에 철저하게 재무적투자자(FI)에 머물겠다는 입장이다. 경영은 모두 현산이 맡고 미래에셋대우는 지분투자와 대출 등 인수금융에만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하고 있는 호텔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타이틀리스트의 예를 생각해보면 된다”는 게 미래에셋대우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래에셋대우는 휠라코리아라는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후 회사 경영이 좋아지자 2016년 지분을 휠라코리아 측에 매도했다. 투자기간 5년여 만에 70% 넘는 수익을 남겼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에도 FI로서 지분투자와 대출 등 인수금융을 지원하고 아시아나 경영이 정상화돼 회사 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을 매도할 방침이다.
기존 주주이자 또 다른 금호가(家)인 금호석유(011780)화학과의 관계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지분 11%를 보유한 금호석화의 박찬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광주일고 동문이라는 점을 들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시진·이혜진·박민주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