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전·월세 상한제를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즉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가격 인상 폭 제한을 동시에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들이 시행될 경우 정부가 목표로 한 임차인 주거안정 강화보다는 공급 위축, 초기 전셋값 폭등 등 부작용이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전세시장은 교육정책 변화에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로또 청약 대기수요까지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여기에 추가 규제까지 더해지면 시장 혼란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갱신청구권·상한제’ 연동= 13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위해 발주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마무리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법무부가 소관부처다. 법무부는 연구결과 평가보고서 및 활용결과 보고서에서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며 “(연구결과를) 임대차 안정화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거주 안정성’과 ‘임대료 안정’을 이루려면 두 규제를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는 연구결과를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리는 좌담회에서 발표하고 구체적인 당정협의 이행방안 등 논의에 나섰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예상되는 부작용은 크지만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두 가지 제도가 동시에 도입될 경우 임대주택 품질 저하·임대주택 공급 감소·임대료 상승 초래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제적 측면이 아닌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 같은 임차인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시장임대료가 안정적일 경우’에는 규제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상한제·교육정책 맞물려 ‘혼란 확대’ =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은 전세시장은 현재 연이은 정부 정책 여파로 혼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전세 규제까지 더해지면 혼란 증폭은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로또 청약’을 노리는 일부 수요자들은 이미 서울 전세로 옮기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교육정책도 전세 수요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특목고를 없애고 정시를 늘리는 등 교육정책 변경을 시도 중이다. 이로 인해 강남 대치 등 기존 명문학군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전셋값은 19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규제가 더해지면 공급 위축 효과로 시장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규제 도입 강행을 위해 보고서를 입맛에 맞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규제 도입의 영향에 대한 결과를 분석했을 뿐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사회·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이런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연구 결과를 평가하면서 ‘규제 도입의 정당성’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