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당국 간 연쇄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리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하라는 압박이다. 양국은 14일과 15일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MCM)와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어 안보 현안을 조율한다. 이를 위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13일 방한한 데 이어 14일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입국한다. 미국이 서울에서 곧 열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회의를 앞두고 온갖 지렛대를 동원하는 형국이다.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과 지소미아 등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동맹보다 돈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리 정부도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은 막아야 하므로 신뢰의 틀을 유지하는 협상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놓으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1조389억원인 올해 한국 방위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액수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최소화해 적정선에서 올려주는 대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안보 족쇄’를 푸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이 검토할 수 있는 보상 카드로는 핵 공유협정 체결과 미사일지침 폐기, 원자력협정 개정 등이 있다. 한미 간에 핵 공유협정을 맺고 한국 잠수함이나 전투기가 미국 핵탄두를 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지침도 이번 기회에 없애야 한다. 한미원자력협정도 고쳐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원자력추진잠수함도 가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신뢰 유지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딜’을 통해 안보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또 한국과 미국·일본의 안보공조 체제를 복원하기 위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