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의 ‘탱고가 흐르는 황혼’. 150개로 제작된 판화 중 150번째 에디션 작품. /사진제공=서울옥션
지난 6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인물화 ‘탱고가 흐르는 황혼’이 8억원에 낙찰됐다. 보랏빛 셔츠를 입고 푸른 장미를 가슴에 꽂은 여인이 담배를 피는 옆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천 화백이 자신의 수필집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에도 수록한 그림이다. 꽃과 뱀을 즐겨 그리던 화가가 뱀을 대신해 구불거리는 연기를 그려 넣은 것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 작품이었다.
이 ‘탱고가 흐르는 황혼’의 판화가 14일 오후 2시부터 순차 마감되는 서울옥션 온라인경매에 출품됐다. 천경자 화백의 판화는 지난 2006년에 대표작 중 선정된 14점이 각 150개씩 에디션으로 제작됐다. 이번 출품작도 그 중 하나이며, ‘탱고가 흐르는 황혼’의 마지막 150번째 판화다.
천경자 작품의 경매 최고가는 지난해 케이옥션에서 20억원에 리세일(Resale)된 ‘초원Ⅱ’였다. 그 뒤를 ‘정원’(이하 낙찰가 17억원), ‘테레사 수녀’(8억8,000만원), ‘막은 내리고’(8억6,000만원), ‘놀이’(8억3,000만원), ‘고흐와 함께’(8억2,000만원) 등이 잇고 있다. ‘탱고가 흐르는 황혼’은 화가의 작품 7번째로 높은 경매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반 1979년작 ‘무제’ /사진제공=서울옥션
한편 이번 서울옥션 온라인경매에는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는 희귀작, 주요 중견 작가의 초기작 등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비무장지대(DMZ)의 문화운동가로도 유명한 이반의 1979년작 ‘무제’가 경매에 오른다. 은은한 흰색조의 평면작품이라 ‘단색화’를 생각나게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DMZ의 겨울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서울올림픽 공식예술판화포스터 작가로 선정됐고, 1987년에 남관·김기창 등과 함께 미국 시카고의 랜드팔 판화공방에서 ‘비무장지대를 민족 공원으로 만들자’라는 판화를 제작했다. 이후 1990년대에 DMZ 예술문화운동협의회를 결성해 비엔날레 형식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데, 비교적 초기작이 경매에 출품됐다.
임직순·최덕휴·홍종명 등 근현대를 관통하는 작가의 소품, 중견작가 임옥상·오원배·김을 등의 귀한 구작도 새 주인을 찾는다. 이 외에도 백남준의 판화, 조각가 최종태의 인물상 판화모음, 이만익의 올림픽기념 판화모음 등이 경매에 나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