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임시대통령 "최대한 빨리 선거 치를 것"

행정수도선 경찰-시위대 충돌

전 대통령이 부정 선거 의혹으로 사퇴하고 멕시코로 망명한 후 야당 소속의 상원 부의장이었던 자니네 아녜스(아래쪽)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라파즈의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식을 하고 있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라파즈=AP연합뉴스

볼리비아의 자니네 아녜스(52) 임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최대한 빨리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고 로이터·AP 통신이 보도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권력 공백 상태였던 볼리비아에서는 전날 야당 소속의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았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이날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며 “나는 우리를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었던 상황들을 철폐할, 평화롭고 민주적인 이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쿠데타로 쫓겨났다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하며 쿠데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했음에도 쿠데타로 축출됐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전날 멕시코로 망명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국민이 원할 경우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복귀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만약 우리 국민이 요구하면 우리는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볼리비아를 평화롭게 하기 위해 조만간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 대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미주기구(OAS)를 향해서도 “기술적 또는 법률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며 “OAS는 미국 제국에 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스에서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경찰과 충돌하며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아녜스 임시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하루 만에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AP는 “새로운 임시 대통령이 축출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리더십에 대한 도전을 받는 가운데 새로운 충돌이 볼리비아를 뒤흔들었다”고 보도했다.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은 최루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수천 명의 시위대는 이에 맞서 돌을 던지면서 폭력적인 충돌이 빚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건설 현장에서 금속재나 목재 판자를 떼어와 무기로 썼다.

라파스에서 빵을 파는 한 시민은 아녜스 임시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엘리트를 대변한다며 엘리트들은 돈은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속한 사회주의운동(MAS)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도 아녜스 임시 대통령의 취임을 무효화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다른 시민들은 아녜스의 취임을 환영하며 수주간의 항의 시위 끝에 임시 대통령이 안정을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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