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등 정황을 담은 94개 목록을 담아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을 ITC가 수용하면 예비 판결 단계까지 가지 않고 피고가 패소하게 된다. 이후 ITC가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법적 제재 요청문서 첫 페이지.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측은 관련 요청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를 한데다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패소했다는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달라”고 ITC 측에 요청했다.
LG화학이 제출한 증거인멸 자료에는 SK이노베이션이 올 4월29일 LG화학의 ITC 소송과 관련해 긴급 사내 e메일을 보낸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e메일은 “경쟁사 관련 자료를 최대한 빨리 삭제하고 미국법인(SKBA)은 PC 검열·압류가 들어올 수 있으니 더욱 세심히 봐달라. 이 e메일도 조치 후 삭제하라”는 내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료삭제 지시 이메일. /사진제공=LG화학
또 최근 LG화학의 요청을 ITC가 수용해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LG화학은 주장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데이터 복구·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데다 포렌식 진행 시 LG화학 측 전문가가 함께해야 한다는 ITC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