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채권, 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채권형 펀드의 경우 국내형과 해외형을 가리지 않고 투자자금이 물밀듯 들어왔다. 심지어 ‘채권형의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강세로 돌아서는 등 달라진 시장의 모습에 주식형 상품들이 다시금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중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상품들은 주식형 중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며 관심을 끄는 분위기다. 다만 향후 미중 무역협상 전개 과정과 주요 국가에서 실제 나타날 경기지표 결과 등에 따라 시장 상황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수도 있어 ‘신중론’을 제기하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올해만 21%의 수익...고공행진하는 해외채권형 펀드=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774개의 해외주식형 펀드는 올 연초(11월 13일 기준) 이후 평균 21.43%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다. 해외주식형 펀드는 최근 1개월간 2.89%, 3개월간 4.91%의 성과를 보여주며 최근 1년 14.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초강세를 보이며 고수익을 기록해오던 채권형 펀드 그 성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뚜렷하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올해 상반기 연초 수익률이 4%에 달했지만 현재 이 구간의 수익률은 1.88%로 낮아졌다. 1개월, 3개월 등의 구간에서는 마이너스 수익으로 접어들었다. 해외채권형 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외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현재 8.12%의 수익률을 보이는데 올해 상반기 약 20%에 육박할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 붙은 러시아펀드...섹터에서는 IT가 대세=해외주식형 상품을 국가별로 나눠 보면 러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31.40%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일본도 17.26%의 성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러시아는 국제 유가 상승과 중앙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로 증시의 강세를 떠받친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배경 탓에 RTS 지수가 최근 5년간 최고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본은 올 상반기 증시가 지지부진했지만 기업들이 개선된 실적들을 기록하자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의 계속된 통화완화 정책도 증시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권역별로는 일본 증시 강세의 영향을 받아 아시아퍼시픽형이 26.16%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등 상승세로 북미주식형도 24.87%의 수익을 냈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컸던 유럽형 역시 22.42%로 북미펀드의 뒤를 이었다. 섹터별로는 정보기술 분야가 연초 이후 31.28% 수익을 냈으며 소비재 영역도 30.64%를 기록해 고수익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모습이다. IT 종목들이 S&P 500지수에서 오름세를 주도하는 등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협상 단계로...높아지는 위험자산 선호=이 같이 시장의 상황이 바뀐 배경은 일차적으로 미중 간 무역갈등이 합의 단계로 넘어갔다는 데 있다. 올해 상반기 거대 양국 간 갈등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은 크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들 국가가 합의의 제스처를 취하자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위험자산으로 투자자금이 몰린다는 설명이다. 또 주요 국가에서 개선된 경기 전망이 늘어나는 점 역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채권 등 안전자산의 가격이 크게 높아져 이른바 거품 우려가 있었다는 점도 상황을 반전시킨 계기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에서 개선된 실물 경제지표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년 주요 국가의 경기가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무역분쟁 등의 변수 역시 적지 않다”면서 “무역분쟁의 경우 올해보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타난다고 해도 여전히 불확실성은 있고 내년 예정된 미국의 대선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