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한 최초 영남권 재선 의원…중진 험지출마론 힘↑
재선 의원인 김성찬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과 함께 모든 것을 비워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특히 “나만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생각에도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양보하자”며 “서로 힘을 합쳐 자유세력 대통합과 혁신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선 당에 ‘백지위임’하겠다며 출마 여지를 남겨둔 이들과는 달리 유민봉 의원에 이어 불출마 선언을 한 두 번째 초·재선 의원으로서 ‘선당후사’의 물꼬를 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당에게 유리한 지역인 영남권 의원 중 최초로 불출마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도 차후 영남권 중진에 대한 험지출마 요구의 명분도 생겼다는 평이다.
한국당 재선 의원인 김성찬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천권 지도부에 힘 실으며 보수통합 명분 살릴까
보수통합 3대 원칙의 실현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탄핵 문제는 한국당 내에서 “총선 이후 논의해도 된다”는 주장이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천권에 대해 지도부가 견제 없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다면 변혁 측과 원만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스윙보트 역할을 할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유승민 의원이나 안철수 전 의원 등의 ‘중도 이미지’가 필요하다. 이들과 손을 잡으면 남은 의원들의 거취문제가 발생한다. 공천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는 한국당 입장에선 지역구 기반이 확실한 몇몇 의원들만 함께 오는 것이 좋지만 다수 변혁 소속 의원들 입장에서는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된다. 변혁이 보수통합 논의에 선을 그으며 ‘몸값 높이기’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수가 비례의원인 안철수계 의원들의 보수통합에 대한 거부감도 통합 논의 정체 이유 중 하나다.
황교안 대표가 14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영남권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변혁도 보수통합 여지 남겨둬
변혁 측은 보수통합에 대한 가능성을 아직 열어둔 상황이다. 앞서 14일 유승민 의원은 변혁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이 제시한 3대 보수통합의 원칙들에 대해 “변혁 차원에서 동의를 얻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보수가 살아나야 한국 정치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말한 원칙이다. 보수를 제대로 재건해야겠다는 정치인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신환 신임 변혁 대표 역시 “보수통합과 보수재건 모두 신당기획단 출범하는 시점에서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한국당이 논의한다면 이야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사퇴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전 대표인 유승민 의원./연합뉴스
◇개혁보수 힘 싣고 중도층 마음 얻을지도 관심
보수통합 과정에서 한국당이 중도층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여론조사 추이에서 보듯 보수대통합 또는 보수연대는 보수 정당 총선 승리 전략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보수통합 논의가 활발했던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리얼미터 주중집계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상승한 34.5%를 기록해 31.8%로 떨어진 민주당을 앞섰다. 그러나 변혁과의 논의가 삐걱대자 다시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율은 28.9%로 하락했고, 민주당은 37.8%까지 상승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