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진이 17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28GHz대역의 5G통합기지국(가운데)과 핵심 부품인 반도체 소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477억 7,500만 달러(약55조9,015억원). 오는 2027년의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용 통신장비 시장규모 전망치다. 올해 규모는 7억8,400만 달러 수준인데 향후 8년내 이처럼 약 7배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게 주요 시장분석기관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빅마켓에서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 선두 자리를 치고 올라온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다. 이 회사의 전세계 5G 통신장비(RAN) 매출점유율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37%에 달했다. 통신장비시장 최강자였던 화웨이의 점유율(28%)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불과 약 3~5%대의 점유율에 머물던 후발주자가 5G시대를 맞아 단숨에 최강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성공 비결을 엿보기 위해 서울경제신문은 최근 수원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본부 연구개발(R&D)현장을 찾았다. 삼성디지털시티에 있는 정보통신연구소(R3)다. 네트워크 사업본부가 개별 언론사를 초청해 단독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 내에는 원래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장비들을 주로 전시했으나 근래에 5G 장비들로 전시품목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해당 장비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분야에서 5G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경쟁사의 ‘알박기식’ 기득권이 없이 급성장하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팀의 좌태욱 프로는 “통신장비들은 서로 제조사가 다르면 연동이 잘 되지 않는 탓에 LTE시절까지는 타사 장비를 써오던 고객사(이동통신사)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반면 5G에선 통신장비를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깔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번엔 저희도 품질경쟁력으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5G통신장비를 개발하고 상품전략을 수립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관계자들이 17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태욱·김상규·양성기·이상재 프로/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중에서도 백미는 28GHz주파수 대역용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난달 공개한 5G통합형 기지국이었다.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의 김상규 프로는 “28GHz의 주파수대역은 그동안 국내외 사업자들이 이동통신용으로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례가 없어 장비개발에서부터 인증,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난제를 극복해야 했다. 개발팀 양성기 프로는 “주파수대역이 달라지면 (전파 특성 등도 달라져서) 장비에 들어갈 반도체칩 단계에서부터 완전히 다른 기법으로 설계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설계한 제품 중에서 불량품을 가려내는 양산테스트기술도 기존 주파수대역 통신장비 때와는 같지 않아 관련 시스템을 새로 다시 짜야 했다고 한다. 심지어 해당 장비의 상용화를 허가하기 위해 인증을 내어주는 당국도 28GHz대역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서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노하우를 쌓았다고 한다.
전력소모를 줄이고 발열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반도체칩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2017년 저전력 무선통합핵심칩(RFIC)을 개발한 데 이어 한층 성능을 높인 차세대 5G밀리미터파용 RFIC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올해 2·4분기부터 양산하고 있다. 양 프로는 “저전력 성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달성해 앞으로 더 어떻게 전력을 줄여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성능을 높였다”며 “ 2세대 RFIC칩에 이어 3세대 RFIC칩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개발팀 이상재 프로는 “이번 통합기지국의 함체(외장 케이스) 디자인은 시가지에 설치시 주민들이 거부감을 갖는 시설이 되지 않도록 미적인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이런 미적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방열 등의 기능적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며 “장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방열효율을 낼 수 있는 함체 설계를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개발한 28GHz 대역의 5G 통합기지국은 한·미 시장을 선점할 비장의 무기다. 28GHz이상 대역에서 미국 3대 이통사중 버라이즌이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티모바일도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초에 해당 대역으로 서비스가 개시될 전망이다. 28GHz와 같은 주파수대역은 파장이 1cm~1mm로 작아 ‘밀리미터파’라고 통칭되는데 삼성전자는 또 다른 밀리미터파 대역용 통신장비도 개발했다. 39GHz을 위한 5G 기지국인데 미국 AT&T가 해당 대역에 통신서비스를 준비 중이어서 삼성 제품의 또 다른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미국, 유럽 시장을 추가 공략하기 위해 24GHz, 47GHz용 삼성 통신장비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밀리미터파 통신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풀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개발팀의 김상규 프로는 “이미 최근 5G를 넘어 6G(6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장비 연구도 개시했다”며 “선도적 기술력으로 5G에서의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면서 6G까지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