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로 삼성전자(005930)의 중국 매출 비중이 9%포인트 줄어든 반면 SK하이닉스(000660)의 관련 비중은 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매출 의존도의 급격한 변화는 외부 변수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향후 경영 계획 수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3·4분기까지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28조3,129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3조3,811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매출액은 올해 117조3,93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31조5,670억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낮았으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4%로 전년 동기(33%) 대비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 감소 배경에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 이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지난 9월 기준 D램(DDR4 8Gb) 1개당 고정 가격은 2.94달러로 전년 동기(8.19달러) 대비 크게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가전·스마트폰 등의 점유율이 극히 낮아 반도체로 관련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가 육성 중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분야에서는 TSMC나 UMC 등 대만업체에만 수주를 줘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반면 타지역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효과로 스마트폰 등 IM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서버용 반도체 및 스마트폰 수요가 많은 미국을 포함한 미주 지역 매출은 33조2,990억원으로 전년 동기(34조9,077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다. IM 부문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8.6%에서 올해 43.4%로, 영업이익 비중은 18.0%에서 32.8%로 각각 늘었다.
SK하이닉스 또한 올 3·4분기까지 중국 내 매출이 9조6,30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1조9,048억원 대비 줄었지만 올 들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전년 동기의 39% 대비 늘었다. 중국 매출 감소분을 크게 상회할 만큼 타 지역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4분기까지 10조6,0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미국은 서버용 D램 수요 감소 등으로 올 들어 5조8,015억원을 기록했으며 대만(2조3,698억원→1조707억원)과 유럽(1조4,349억원→8,207억원) 지역도 반토막 났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 상승 또한 화웨이 제재와 관련이 깊다.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 5월부터 화웨이에 모바일과 서버용 D램 공급 시 제한을 받으며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물량을 일부 대체하고 있다. 또 올 3·4분기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추가 제재안 발표에 대응해 메모리반도체 재고를 미리 확보해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중국 매출 의존도의 가파른 변화는 삼성과 하이닉스 모두에 좋지 않다. 삼성전자로서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반도체 위주의 중국 시장 매출비중 감소는 결국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 또한 무역 분쟁에 대비한 중국의 재고 확보 수요가 내년 초 줄어들면 매출이 급하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이들 업체의 중국 매출비중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 자국 기업을 이용해 PC 등에 사용되는 저사양 D램을 자체 조달하고 향후에는 내수용 모바일 및 서버 D램까지 확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업체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용 반도체 수요 회복 및 미중 무역분쟁에 관련 불확실성 완화 등이 뒷받침돼야 이전과 같은 매출 비중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격적 투자계획 수립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