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한국 증시 저평가 지나치다

김창연 신영증권 자산운용부장

김창연 신영증권 자산운용부장

금리 하락에도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년 전보다 30% 넘게 하락해 1배를 밑돌고 있다. 이제는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를 밑도는 현상은 전혀 낯설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이 주주 환원에 인색한 편이고, 과도한 내부 유보금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으며, 지배구조에서 취약점이 많다는 시각도 있다. 또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세계 경기 둔화에 취약하다는 점도 저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주식이 지나치게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위상과는 걸맞지 않게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는 우리나라를 신흥국 지수에 포함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지수 내 비중도 줄이고 있다. 과거 신흥국들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민트(MINT·멕시코,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터키) 등으로 불리며,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시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불안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우리나라 증시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일본·독일·이탈리아와 비교할 때 저평가는 더욱 분명해진다. 세 나라는 2000년대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간 경제성적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보다 나은 면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올해 2%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일본은 0%대 성장에 머물고 있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세계 최고령 국가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도 기대만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10월에 소비세까지 인상되면서 내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고 제조업 내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높으며 수출 비중 또한 커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유사하다. 독일 경제는 독일 자동차의 최대 시장인 중국 자동차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글로벌 제조업 경기 역시 부진한 상황에서 전망 또한 밝지 못하다. 이탈리아는 공공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로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유럽에 경제 위기가 온다면 이탈리아가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가 일본과 독일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5G)을 가장 먼저 상용화했고, 친환경 자동차에서는 배터리에서부터 완성차까지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으며, 자율주행 자동차와 비메모리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이 또한 저평가될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가치투자자 눈으로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주식은 우려보다는 기회가 많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