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연극제’ 현실적 노인의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 담아내

문화계의 살아있는 역사, 원로 예술인들의 축제인 늘푸른연극제 제4회 행사가 ‘그 꽃, 피다.’를 부제로 다음 달 5~22일 열린다.

2016년 제1회 원로연극제를 시작으로 올해로 4회를 맞이한 늘푸른연극제는 매년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무대로, 올해에는 ‘하프라이프’, ‘의자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황금 연못에 살다’, ‘이혼예찬!’, ‘노부인의 방문’ 등 총 6개의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18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지하 1층 001스테이지에서 제4회 ‘늘푸른연극제’ 기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연출 표재순, 정진수, 작가 윤대성, 배우 김경태, 김동수, 박웅, 이승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서현석 대표와 주관사인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가 참석해 연극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양문숙 기자

사진=양문숙 기자

2019 늘푸른연극제는 ‘그 꽃, 피다.’라는 부제 아래 진행될 예정으로, ‘꽃’에 원로 연극인들의 예술혼과 연극계가 가야 할 새로운 지표, 그리고 뜨거운 예술혼이 지닌 젊음의 의미를 담았다.

서현석 운영위원(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은 “원로 연극인이 본인의 대표 무대를 보여드리는 무대로, 관객들에게도 연극계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후배 연극인들에게는 원로 연극인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연극 정신과 자세를 배우는 의미가 있다”고 연극제의 의미를 밝혔다.

현실적인 노인들의 삶과 이 시대가 당면한 노인 문제 그리고 인간 본연에 대한 질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낸 6편의 작품들이 선정됐다. 공모작 총 17편 가운데 선정된 작품이다.

서현석 운영위원은 ”결코 경쟁 개념으로 작품을 선정한 게 아니다” 며 “원로 연극인 참여가 많아져 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 공모방식으로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늘푸른연극제 참여 여부, 무대에 대한 열정, 이혼, 가족 등 우리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 ·연출·작가·스태프 등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 ‘하프라이프’는 캐나다의 수학 박사이자 철학자인 존 미톤의 희곡으로, 치매 등의 치료를 요하는 요양원에서 나이 든 노인들의 사랑과 그로 인한 자녀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나이듦과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표재순 연출은 ‘하프라이프’를 통해 가족이 해체된 현시대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로 남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늙음과 사랑 등의 메시지를 검증된 연출력으로 무대 위에 구현해 낼 전망이다. 12월 5일부터 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12월 25일, 26일 양일간 중앙과 지방을 하나의 축으로 잇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대표 서현석)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적 부조리 작품 ‘의자들’은 고립된 섬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노부부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지만 외부세계와 단절된 삶에서 느끼는 짙은 고독을 그려낸 작품이다. 원작을 재창작한 과정을 통해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유발하는 한편, 사회 속의 단절에 대한 이야기로 시대를 관통하는 힘 있는 통찰을 전할 것이다.

/사진=양문숙 기자

2인극 ‘의자들’에는 강원도의 연극계를 싹 틔우고 성장시켜왔던 춘천의 최고령 현역 배우 김경태와 연극 ‘맥베스’, ‘오셀로’ 등에 출연한 홍부향이 열연할 예정이며,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로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질 무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의자들’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프랑스의 국민 작가 ‘안나 가발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1세대 마임 아티스트 김동수가 연출한다.

미니멀한 무대와 2인 극으로 연극적 각색을 시도한 2018년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우리가 행복한 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 그게 바로 덫임을 일깨우며 현대인의 사랑 없는 결혼과 허구성에 대한 통렬한 일침을 가한다.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만날 수 있다.

장두이 작,연출의 ‘황금 연못에 살다’에는 2017 대한민국 예술원 상 수상의 영예에 빛나는 배우 박웅이 열연할 예정이다. ‘황금 연못에 살다’는 현대 한국 사회의 ‘가족’이란 문제와 의미를 작품 속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와 그들의 딸 미나에게 초점을 맞추어 서로의 오해와 편견을 깨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 새롭게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휴먼 드라마다.

우리 연극 역사에서 한국적 리얼리즘 연기를 독보적으로 이끌어 온 박웅, 장미자 두 원로 부부배우는 오랜 불화관계에 있는 아버지와 딸이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농익은 연기로 그려내 긴 여운과 감동을 전할 것이며,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동아 연극상, 한국연극영화예술상 등을 섭렵한 대한민국 희곡의 거장 윤대성 작의 ‘이혼예찬(원제: 이혼의 조건)’은 민중극단의 정진수 예술감독을 필두로 박봉서, 차유경 등의 배우가 참여한다. 노년에 접어든 부부의 갈등이 마침내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결혼 생활뿐 아니라 삶 그 자체의 ‘의미 없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이혼예찬’은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국립극단의 대표 여배우 이승옥은 처음으로 늘푸른연극제에 참여하는 여성 연극인이다. ‘노부인의 방문’ 은 세계적인 희곡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으로, 큰 부자가 된 노부인이 30여 년 전 실연의 슬픔을 안고 떠났던 고향 도시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살인 행위가 일어나는 상황을 통해 인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25년 전 초연에 출연한 노부인 역 이승옥 배우를 비롯해 권성덕, 오영수, 정상철, 주호성 등의 주옥같은 배우들이 무대를 꾸며 작품의 철학적 통찰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한편 제4회 늘푸른연극제는 오는 12월 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아트원씨어터 3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