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가운데) 금융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과도한 DLF 대책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책과 관련해 국회 반응 중 이례적인 것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그것도 여러 명의 의원이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이 금융당국과 청와대·더불어민주당 간 협의를 거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다, 그만큼 여권에서도 대책이 과도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시장의 우려에 대해 보완하는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일부 수정을 시사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상임위간사단 회의에서 “은 위원장은 평상시에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고 말해왔다”며 “이번에 그런 소신에 어긋나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을 발표해 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1,100조원의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결국 기업 활력을 높이고 우리 어려운 경제에 힘을 줄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을 비판했다. 아울러 “일부 은행의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 문제를 전체 시장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며 “물론 당국이 2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역행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무위원회에서도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어떤 은행은 운영을 잘해서 지난해 11월에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금리 상승에 대비해 이익을 고객에게 남겨준 은행도 있다”며 “일률적으로 판매를 금지하면 영업을 잘하던 은행의 판매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은행의 경쟁력이 생기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잘하는 회사는 세계적 금융사로 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기회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여당의 한 의원도 “대책발표 직전 당정협의에서 사모펀드의 일반투자자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는 부분을 재고하라고 당국에 강하게 이야기했다”며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로 가던 상황에서 갑자기 이렇게 찬물을 끼얹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수정론이 제기됐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앞으로 은행들이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상품 관련 협의를 할 텐데 ‘우리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이야기할 때 해외 IB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 눈에 선하다”며 “규제 갈라파고스 사태를 스스로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국이 제시한 대책 중 은행 영업행위 준칙이 있는데, 이것만 잘 활용해도 불완전판매는 해소될 것”이라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은 없던 일로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이번 대책으로 창업 초기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대거 퇴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만 해도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가 200개 증가해 당국도 금융혁신 사례로 들고 일자리 창출 사례로 들지 않았나”라며 “하지만 갑자기 이를 축소시키면 정부 정책의 신뢰에 훼손이 크게 갈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클 것”이라며 “정부 대책이 수시로 바뀌면 믿고 투자하고 회사를 만들려는 시장참여자들의 노력이 이뤄지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은 위원장은 “왜 은행을 하향 평준화하느냐는 지적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금융사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므로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 개인전문투자자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잔액 5억원 이상인 사람에게 주어졌던 자격 요건이 5,000만원으로 낮아지는 정책을 21일 발표할 것”이라며 “규제가 완화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의 빈자리를 전문투자자가 많아지면 보완할 수 있어 사모펀드 시장 위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DLF 대책에 당국의 책임론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규 의원은 “금감원이 지난해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도 언론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때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책에도 감독의 문제점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고 꼬집었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의 인력, 능력의 문제인지, 시장기능을 못 따라가는 부분인지 시장을 선도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책임문제까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하정연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