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100분으로 제한된 만큼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한 참석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방송이 중반부에 들어서자 참석자들은 너도나도 발언권을 받기 위해 손을 들고 “저요, 저요!”라고 외쳤고 한때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국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으나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존의 입장과 다를 바 없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경제성장률, 한미 동맹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이나 심도 깊은 토론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제한된 시간 속 광범위한 주제로 진행된 탓에 이견이 많은 국정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질문자는 지난 9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당시 9세)군의 부모였다. 사회를 맡은 배철수씨가 문 대통령에게 첫 질문자를 지목해달라고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오늘 민식이 부모님이 나오신다고 들었다”며 김군의 부모를 지명했다. 김군의 사진을 든 김군의 모친은 울먹이며 ‘민식이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스쿨존 전체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관련 법안도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는 각본이 없는 상태로 진행돼 신선하기는 했으나 임기 반환점을 지난 대통령의 진중한 생각을 듣는 자리라고 하기에는 다소 맥없이 종료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배철수씨가 300인의 국민 패널 중 질문자를 지목해 무작위로 받은 질문에 문 대통령이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300명의 국민 패널은 행사를 주관한 MBC가 세대·지역·성별 등을 반영하고 노인·농어촌·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지역 국민을 배려해 최종 선정했다. 그런 만큼 국정 현안을 파고드는 기존의 기자회견과는 그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다. 언론에서 주로 관심을 가지는 국정 현안에 대한 질문보다는 민생이나 개인의 문제와 직결된 질문들이 주로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개인적인 호소는 안타까웠으나 시간이 지체되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질문이 나오지 못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신고 나온 구두에도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착용한 구두는 청각 장애인들이 만드는 수제화로 알려진 ‘아지오’의 구두다. 아지오 구두는 문 대통령이 2017년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할 때 신었던 브랜드로, 당시 낡은 밑창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문재인 구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나온 곡은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였다. 이 곡을 선택한 사회자 배철수씨는 “제가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이 아닐까요”라며 “대통령과 모든 국민에게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선곡했다”고 밝혔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