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월 들어 러시아 시장에서 주춤

중국, 인도 이은 차세대 신흥시장
수요 부진 탓 10월 판매량 3만대
연말 판매 회복 대책 마련 나설듯


기아차(000270)의 낙폭이 특히 컸다. 2만141대를 판매한 기아차는 지난해 동기 대비 4.1% 뒷걸음질쳤다. 그나마 현대차는 1만6,006대로 전년과 판매량이 같다. 다만 월별로 보면 미세하게 회복추세이기는 하다. 7월 러시아에서 3만2,660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은 8월 3만2,593대, 9월 3만5,244대로 매달 판매량이 늘고 있다. 특히 8월은 전년대비 26.7%나 늘어나며 북미시장과 함께 중국의 부진을 탈출할 시장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10월 판매량 감소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7개월째 얼어붙은 영향이 본격적으로 현대차에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4월 전월 대비 2.7% 감소한 러시아 자동차 판매량은 10월 5.2%까지 낙폭이 커졌다. 그 결과 올 1~10월 누적 러시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한 142만3,449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연초 러시아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18%에서 20%로 인상해 발생한 수요 부진 여파가 자동차 시장까지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현대차그룹이 북미·유럽·인도에 이어 네 번째 권역본부를 설립할 만큼 차세대 전략 기지로 공들이는 시장이다.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점유율 23.7%로 2위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201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진출한 후 뚝심 있게 현지화 전략을 밀어붙인 결과다. 1위는 점유율 34.4%인 르노닛산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높은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올 5월 현대차그룹은 러시아의 실리콘밸리인 스콜코보 혁신 센터 내에 ‘현대 모빌리티 랩’을 신설하고 현지 공유차량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러시아 시장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러시아가 흔들리니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인도 시장도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전략 거점으로 신경 쓰는 중국과 인도 자동차 시장도 역성장을 거듭하며 현지 판매량 역시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10월 중국에서 5만6,153대를 팔아 지난해 동기 대비 16.7% 줄어든 판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24.0% 감소한 2만2,483대를 판매했다. 낙폭은 작지만 인도 시장도 뒷걸음질 중이다. 현대차는 10월 인도에서 5만10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월 대비 3.8% 감소한 실적표를 받았다. 올 8월부터 인도 시장에 진출한 기아차는 같은 기간 1만2,85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사 교체는 물론 현지화 모델 확충, 딜러망 강화 등 갖은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올여름부터 권역별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해 해외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펼쳐나가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과가 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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