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오른쪽 두번째)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3년간 산업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R&D) 업무에 종사하는 방식으로 이공계 인재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정원이 오는 2025년부터 현재보다 12%(300명) 줄어 연간 2,200명으로 조정된다. 감축 대상은 전문연구요원 중에서도 석사 전문연구요원(1,500명→1,200명)이다. 박사과정 전문요원의 정원은 현행 연간 1,000명으로 유지된다.
국방부는 병역자원 부족을 보충하겠다며 전문연구요원 정원을 절반 이상 줄이려 했다가 산업계의 인력난 문제를 고려한 관계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감축 폭을 크게 완화했다. 그러나 애초에 정부가 포퓰리즘에 동조해 군 복무기간을 과도하게 단축함으로써 병역자원 대란을 가속화하지 않았다면 이번처럼 R&D 인재 특례를 축소해 인력 공백을 메우는 미봉책을 쓰지 않아도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골자를 담은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 계획’을 확정했다. 당초 국방부는 지난 7월 전문연구요원 정원을 현재의 2,500명보다 절반 이상 줄인 1,100~1,200명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과기정통부가 현원 유지를 주장하며 맞서자 서로 입장을 절충한 이번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이 중 박사 전문연구요원에 대해서는 정원감축을 단행하지 않는 대신 2023년 편입자부터 복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편이 이뤄진다. 우선 박사 학위 취득이 의무화된다. 기존에는 박사 학위 취득을 연구과정만으로도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해 허점으로 지적돼왔는데 이를 개선한 조치다. 또한 3년간의 복무기간 중 박사 학위 취득 과정은 1년 단축(3년→2년)하고 이렇게 학위를 취득한 후 1년간은 기업 및 연구소의 연구현장에서 복무하도록 의무화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박사 학위자가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 중인 3년 내내 지도교수 밑의 연구실에서만 머물러 사회적 기여 효과가 제한된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3년 중 1년은 산업체나 연구계에서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방안을 통해 연간 1,000명의 고급 연구인력이 기업 등에 추가로 지원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의 복무시간 관리방식도 현행 하루 8시간씩의 일 단위에서 주당 40시간씩의 주 단위로 전환된다.
석사 전문연구요원은 300명 정원감축 적용을 받는다. 다만 시급성이 요구되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에 배정되는 석사 전문연구요원 수는 오히려 확대(2019년 1,062명→2020년 1,200명)된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에 복무 중인 전문연구요원은 복무지를 대기업으로 전직하지 못하게 된다. 기존에는 석사 전문연구요원이 중소·중견기업에서 18개월 복무한 뒤 대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어 중소·중견기업의 R&D 인력 유출 문제를 일으켜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전직하는 석사 전문연구요원들이 (연간) 몇십 명씩 됐다”며 “이제는 대기업이 아니어도 근무하기 좋은 벤처 및 중소기업들도 많이 생기고 있으므로 이런 기업들의 부설연구소에 인력이 제대로 지원되고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직금지를 추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중견 전자업체는 “연구요원 감축 폭이 당초 우려한 수준보다 많이 완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결국 인구 감소로 군인이 줄어드는 문제가 더 진전된다면 국방부가 또 이공계 병역특례 추가 감축을 단행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