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희 퍼시스그룹 부사장
퍼시스(016800)가 더 젊어지고 있다. 창업 후 37년간 가구사업에 매진해온 퍼시스가 최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사업 협력까지 모색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런 변화는 퍼시스그룹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의 장남 손태희(38·사진)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는 물류 스타트업 로지스팟에 물류 수주를 맡겼다. 당초 대기업 물류회사들이 담당하던 물류를 창업 3년 차 스타트업에 준 것이다. 가구 업계는 퍼시스의 결정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파격적인 실험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태희 부사장이 디지털화에 관심이 많다”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손 부사장이 이번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손 부사장은 스타트업 투자도 직접 수소문해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9월 퍼시스 자회사 일룸은 리모델링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에 10억원 안팎 투자를 결정했다. VC 포함 전체 투자 규모는 100억원 수준이다. 이 투자도 손 부사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존 VC들의 투자 유치가 거의 끝난 상태였는데, 손 부사장이 직접 아파트멘터리에 연락해 기존 투자자들과 협상 끝에 최종적으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투자는 일룸 창립 사상 최초의 외부 투자라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 최근 일룸은 서울 강동점에서 아파트멘터리와 함께 ‘일룸하우스’라는 쇼룸을 만들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퍼시스의 소호 가구 브랜드 데스커(Desker)는 독서커뮤니티 스타트업 트레바리와 지난해부터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초에는 트레바리와 함께 ‘트레바리 at 데스커, 마케터 이야기’ 행사를 연다거나 북카페에 데스커 가구를 배치하고 트레바리의 모임을 여는 등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퍼시스는 앞서 지난해 11월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투자사 중 하나인 엑센트리벤처스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국내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과 육성을 시작했는데 그 성과가 1년도 안 돼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VC 업계 관계자는 “손태희 부사장은 스타트업 대표들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며 새 사업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의례적 관심을 넘어 실제 스타트업 투자로 연결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창업주 2세의 스타트업 관심은 보수적인 가구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로 통한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가구나 침대 분야 국내 기업의 오너 일가들은 그간 스타트업 투자나 이종 업체와의 협업 등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왔다”며 “퍼시스의 경우 창업주 2세가 주도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깊숙이 관여하며 사업 성과를 내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는 가구 업계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의 결과이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이런 시도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손동창 명예회장은 올 1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손 명예회장은 1983년 한샘공업주식회사(현 퍼시스)를 설립, 가구 사업을 시작했다. 손 부사장은 퍼시스의 핵심 계열사 일룸의 최대주주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