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패스트트랙 법안 여야 합의처리가 답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27일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여야 간 대결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과 더불어 12월3일 부의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저지를 위해 휴일인 24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패스트트랙 공조’를 가시화하며 압박 수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여의치 못할 경우 4월의 ‘동물국회’가 7개월 만에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부의가 임박하면서 정의당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번주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공조 복원을 개시할 모양이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며 배수진을 친 마당에 민주당이 다른 야당에 손을 내밀면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민주평화당 등이 비례대표 확대를 위한 지역구 의석 감축안에 반대하는 가운데 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안을 내놓아 정당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 득표에 나타난 표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면에는 군소정당의 의석 수를 늘려 범여권 연합을 꾀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자기 당의 의석을 다소 잃더라도 정의당을 비롯한 연합세력의 의석 수가 늘어나면 장기집권의 기틀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선거법을 매개로 4야당의 도움을 받아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경우 무소불위의 사정권력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 불거질 수도 있는 권력형 비리의 검찰 수사를 원천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선거법 개정 때 제1야당을 배제하고 통과시킨 전례는 없다. 게임의 룰을 여당 입맛대로 처리하면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의원이 “선거법은 한국당과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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