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서빈의 선한 영향력

“‘아빠는 예쁘다’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영화”
“선한 영향력 펼칠 수 있는 배우 됐으면”

배우 백서빈이 “영화 ‘아빠는 예쁘다’ 를 통해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아빠는 예쁘다’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백서빈은 “너무나 가깝다고만 생각해 당연시 여긴 엄마, 아빠 , 형제들을 그동안 너무나 소홀히 대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는 또 우리 아빠는 이런 사람이구나’ ‘내 딸은 이런 사람이구나’. ‘우리 누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등 그런 지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운 날씨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산상수훈’을 통해 러시아 소치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황금촬영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해 보인 백서빈이 다시 한번 의미있는 영화로 돌아왔다. 제2회 대만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감독상(박수민)을 수상하며 화제가 된 영화 ‘아빠는 예쁘다’가 4년만에 국내개봉했다.

‘아빠는 예쁘다’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만년과장인 덕재가 영업을 하러 찾아간 여장남자클럽 ‘하와이’에서 엉뚱한 조건을 제안 받게 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하게 되는 가족코미디 영화이다.

백서빈은 영화 ‘아빠는 예쁘다’에서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여장클럽 ‘하와이’의 매니저 백승준 역을 맡았다. 승준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한 후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후로 완전한 여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성 소수자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역할로 덕재에게서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점들을 발견해 주인공이 새로운 삶을 발견할 수 있게 변화를 돕는다.

백서빈이 맡은 승준은 여장남자클 클럽 하와이에선 ‘스테파니’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인물로 가발, 드레스, 하이힐, 압박스타킹 등의 도움을 받으며 다수의 여장을 소화했다. 백서빈은 ‘승준’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며 “남자로서 있을 때도, 여장을 했을 때도 당당한 ‘승준’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자기 자신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인생의 가장 큰 숙제를 해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서 있는 ‘승준’은 엄격한 군인 아버지 밑에서 ‘남자다움’을 강요받으면서 자랐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히 취미로 여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다. 즉 일반적인 트렌스젠더와는 또 다르게 자신의 두 정체성을 모두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인물이다. 이 지점이 백서빈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승준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완전히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경계에 있는 모습 말이다. 남자로 있을 때도 그렇고 여장 할 때도 당당하다. 경계선에 있을 수 있는 인물이 쉽지는 않겠지만 배우로선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


백서빈은 마치 시소를 타듯이 자연스럽게 승준과 스테파니를 오간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여성스러우면서도 남성스럽고 남성스러우면서도 여성스러운 모습이 잘 드러나길 원했다”며 “탄탄한 근육을 유지하면서 슬림한 몸매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외적인 모습을 만들기 위한 노력 뿐 아니라, 직접 이태원 클럽을 방문해 트렌스젠더분을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백서빈의 진심과 열정에 점차 마음을 연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했다. 그는 “ 이야기를 나누며 시야가 넓어졌고,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1984년생인 백서빈은 지난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데뷔했다. 이후 MBN ‘노크’, SBS ‘쓰리데이즈’, KBS ‘내일도 칸타빌레’, tvN ‘초인시대’, 영화 ‘산상수훈’까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했다. ‘산상수훈’으로 러시아 소치국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의 가족은 아버지 백윤식부터 형 백도빈, 형수 정시아까지 ‘배우 집안’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엔 장서희 배우가 뽀미 누나로 활동할 때 ‘뽀뽀뽀’에 출연하며 자연스럽게 방송활동을 생각하게 됐다. 그는 “TV에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고 배우집안의 분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며, 연기자의 길과는 다른 길을 걷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26살 미국에서 연기수업을 듣고 꿈을 굳히게 된다. 결정을 하기까진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한번 내린 결정에 대해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인 백서빈은 한국에 돌아와서 아버지께 ‘배우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아버지는 ‘다시 생각해봐’라고 했지만, 그의 결정은 변함이 없었다.

/사진=㈜영화사 오원

아들의 의지와 열정이 통했을까. 이젠 아들이 배우의 길을 걷는 걸 묵묵히 응원해준단다. 백서빈은 “요즘에는 다 같이 배우 인생을 살면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기다보니까 소통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기도 했다. 덧붙여 ‘아빠는 예쁘다’ 작업을 하면서 더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가족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해야겠다는 마음이 좀 더 적극적으로 생긴 것 같다“고 자평했다.

“가족이라고 해서 다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부분이 상당히 많더라. 가족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짜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이기 전에 여자, 아빠이기 전에 남자의 인생이 있음에 대해서도 같이 공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서빈의 차기작은 ‘뷰티풀 데이즈’(2018)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의‘파이터’ 다. 촬영을 최근 마무리지었다. 그는 영화 배우로 더욱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의 크기와 상관없이 의미있는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은 것.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가 가벼운 오락성을 주기도 하지만, 의미있는 메시지를 준다고도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