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청와대 앞에 설치한 황교안 대표의 ‘단식 텐트’에 대해 자진철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5일 오후 자유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이 공개한 김 비서관의 문자.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이 6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청와대 앞 분수대 천막 설치를 두고 청와대·한국당이 충돌했다. 청와대가 황 대표 단식 농성 천막을 두고 철거를 요구하자, 한국당이 “대통령의 뜻이냐”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천막 치는 것을 방해하고, 그런 상황에서 저희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비닐로 막고 영하의 추운 날씨를 견뎌왔다”며 “비서실장 입장에서 도저히 황 대표가 목숨 건 투쟁에서 칼바람을 그대로 맞는 것을 볼 수 없어 (오늘) 천막을 다시 쳤는데, 청와대에서 자진 철거하라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황 대표가 경제·안보 정책 대전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선거제 개편 법안 철회를 주장하면서 목숨 건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화답은 없고 천막을 철거하라고 하는 게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는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청와대 앞 천막 설치에 대한 문자를 김 비서실장에 보내온 데 따른 것이다. 김 비서실장이 공개한 문자에서 김 비서관은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 고충이 크지 자진 철거래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단식 투쟁 선언 이후 낮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농성하고 밤에는 국회 안 천막농성장에서 잠을 청했다. 이에 따라 출퇴근 단식투쟁·셔틀 투쟁으로 불리기도 했다. 황 대표는 21일 철야농성을 시작으로 청와대 앞 노숙 농성을 강행했으나 지난 주말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해 현재 가부좌 대신 누운 채로 단식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김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를 자처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엄동설한에 단식 투쟁하는 천막마저 자진 철거하라고 하니, 이게 문 대통령의 뜻인지 다시 한 번 묻는다. 확인시켜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엿새째 단식 중인 황교안(오른쪽 두 번째)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 천막에서 새로 설치된 천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