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성 딜로이트안진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딜로이트안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삼성전자 감사를 맡게 되면서 가장 먼저 휴대폰부터 (최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로 바꿨습니다.”
홍종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총괄대표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감사를 맡게 된 소감에 대해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을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는 물론 컨설팅과 세무 등 모든 분야에서 딜로이트의 브랜드를 알릴 기회”라며 이같이 답했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설렘과 대표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딜로이트컨설팅, 두 독립법인으로 구성된 한국딜로이트그룹 전체의 총괄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홍 대표가 이끄는 두 법인 중 특히 딜로이트안진은 최근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신외감법에 따라 올해 말부터 처음 시행되는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로 인해 내년부터 최소 3년간 삼성전자의 감사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1년간 신규 상장사 감사 수임 정지 조치를 받고, 이 과정에서 적잖은 인력들을 떠나보낸 딜로이트안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금’ 같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감사는 딜로이트안진에는 기회인 동시에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의 감사를 맡았던 삼일PwC는 국내 최대 회계법인일 뿐만 아니라 40년 넘게 삼성전자의 고정 감사인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 감사를 딜로이트안진이 맡기 전부터 업계에서 인력과 감사품질, 해외 자회사 문제 등에 대해 의구심 섞인 눈길을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홍 대표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넘버원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멤버펌으로서 글로벌 표준에 따라 감사품질을 유지해왔을 뿐만 아니라 수임이 제한된 기간 동안 절치부심하며 감사품질 제고에 집중 투자를 해와 감사품질은 국내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딜로이트안진은 현대자동차와 한화·SK·LG 등의 감사를 진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의 멤버펌들은 글로벌 회계법인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본사의 감사를 맡아 감사의견을 내려면 연결 자회사의 50~60% 이상의 감사를 맡아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감사를 딜로이트안진에 맡기면 해외 250개의 자회사 감사인을 PwC 멤버펌에서 딜로이트의 멤버펌으로 일일이 바꾸는 데 차질이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 대표는 “삼성전자 감사를 위해 딜로이트글로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핵심 업무팀이 구성된 직후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사전 스터디와 자료 리서치 등 회사에 대한 이해를 위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감사 계약에 앞서 올해 초 948명이던 회계사 수도 1,000명 이상(9월 말 기준)으로 늘렸다. 홍 대표는 “지정 감사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인원을 확충해 왔다”며 “내부적으로도 삼성전자 감사의 상징성을 고려해 법인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므로 삼성전자 감사에 대한 우려는 곧 불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종성 딜로이트안진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딜로이트안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2019.11.20
2016년만 해도 딜로이트안진이 감사를 맡은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는 220개가 넘었다. 하지만 감사 수임 제한으로 지난해 100여개 정도로 줄었다. 딜로이트안진은 이번에 감사 지정제를 통해 삼성전자 외에도 30여개 상장사의 감사를 기존 피감기업 이탈 없이 새로 맡게 된다. 수임이 늘면 실적 역시 증가하겠지만, 예전과 달리 감사인의 법적 책임이 엄격해진 환경에서는 부담이 늘 수도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재무제표를 만들 역량이 없는 중견·중소기업은 다수의 회계 전문인력을 갖춘 대기업보다 오히려 감사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역설이 현장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홍 대표는 “회계법인에 요구하는 감독의 엄격성은 커지는데, 회계라는 건 갈수록 복잡해지는 반면 중견기업들은 많은 회계 인력들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중견기업들은 자금과 시간 부담이 커지며 회계법인이 대기업보다 조율과정에서 시간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감사 계획 단계에서는 특히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안진의 사업 부문은 회계감사와 세무자문·경영자문으로 나뉜다. 본업인 감사가 정체를 겪는 동안 딜로이트안진의 경영자문 부문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딜로이트안진의 경영자문 부문 매출은 1,615억원으로 감사 매출(863억원)의 두 배에 이를 뿐만 아니라 2016년 30%대 초반을 맴돌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던 비중도 50%로 늘었다 .
홍 대표는 “경제 불황기의 자문사 역량은 개별 고객에 대한 차별적인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개별 고객 상황에 맞는 기업성장 전략을 사전에 수립해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적극적으로 찾아 경영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취임 직후 경영자문 부문에 전략 컨설팅 전문가 및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M&A IMO팀을 발족시켰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감사 부문과 경영자문 부문 모두 올해 대비 20%가량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홍 대표는 딜로이트안진에 더해 독립법인인 딜로이트컨설팅 부문을 이끄는 총괄대표이기도 하다. 고객에게 특성화된 서비스 전략은 M&A뿐 아니라 경영 컨설팅에도 적용되고 있다. 홍 대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컨설팅 부문의 화두로 던졌다. 6월 딜로이트컨설팅에 최고경영자(CEO)로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업체 SAP 등을 거친 송수영 전 딜로이트컨설팅 재팬 CEO를 영입한 것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후 지난달에도 SAP코리아와 SAP아시아태평양에서 컨설팅 세일즈를 이끌던 신사업 발굴·육성 전문가인 홍창희 전무와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에서 애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유치, IBM GBM 컨설팅 사업부의 클라우드 전략 수립 등을 이끈 클라우드 전문가인 김우성 상무를 추가로 영입했다.
홍 대표는 “딜로이트컨설팅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향후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컨설팅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전략·구축·운영의 전 과정에 이르는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첫 회사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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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서울 △1987년 배재고 △1992년 고려대 경영학과 △1991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감사본부 입사 △2005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감사본부 파트너 △2010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M&A 라이프사이클센터 리더 △2015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본부장 △2017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사장 △2019년 한국 딜로이트그룹 총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