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카라얀 키드'서 바이올린 여제로 우뚝 선 안네 소피 무터

'마에스트로' 카라얀 눈에 띄어
14세에 베를린 필과 무대 올라
獨레코드상·그래미상 등 수상
후학 양성·자선사업에도 힘써
29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음악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죠"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사진제공=크레디아

현존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여제(女帝) 중 하나로 꼽히는 안네 소피 무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고(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빼놓을 수 없다. 5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 독일 소녀는 각종 음악 콩쿠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다 1976년 13살의 나이에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을 통해 국제무대에 진출했다. 이때 카라얀의 눈에 들면서 무터는 1년 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 필과 데뷔무대를 갖고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5세에는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 필과 함께 녹음한 모차르트 협주곡 3번과 5번이 수록된 첫 음반을 내놓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79년 이 음반으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무터는 이후 잇따라 발매한 음반들로 독일 레코드상, 레코드 아카데미 상, 그랑프리 드 디스크를 비롯해 네 번의 그래미 음악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카라얀 키드’로 입지를 다진 무터는 성인이 되어서도 정경화, 빅토리아 물로바, 고토 미도리 등과 함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명단의 선두권에 늘 이름을 올렸다.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상’과 ‘폴라 뮤직상’을 비롯한 수많은 공로상도 받았다.

무터가 오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친다. 지난해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로 내한했지만, 오롯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 리사이틀은 지난 2016년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 이후 3년 만이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의 곡들로 꾸려졌다.


무터는 모차르트 음반으로 데뷔해 모차르트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졌지만, 베토벤에 대해서도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에 있어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1998년에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해 첫 번째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면을 통해 미리 만난 무터는 베토벤 음악에 대해 ‘음악적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꼽았다. “베토벤은 인문학적인 목표 (humanistic goals)와 뜻을 가지고 작곡한 아마도 첫 번째이자 유일한 작곡가일 것입니다. 나폴레옹의 팬이었지만 독재자로 군림한 뒤 실망하여 그 제목을 갖다 버리고 ‘영웅’으로 변경했던 유명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평등의 가치를 중시했죠. 그의 음악의 중심에는 항상 음악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시대에 상관없이 그 점은 우리에게 중요하고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이 곧 저에게도 의미 있는 것이죠.”

이번에 선보일 프로그램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중 대조되는 분위기로 함께 자주 연주되는 4번과 5번 ‘봄’, 그리고 가장 많이 연주되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인 9번 ‘크로이처’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사진제공=크레디아

빡빡한 공연 스케줄만으로도 벅찰 것 같지만 무터는 후학 양성과 사회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쏟는다. 1997년 가을 ‘안네 소피 무터와 친구들 재단’과 2008년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을 설립해 재능있는 미래의 음악가들을 후원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재단 장학생들로 구성된 앙상블 ‘무터 비루투오지’와 함께 정기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특히 수혜자 가운데 한국인 최예은를 자신의 “수양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의료, 사회 문제에 대한 자선사업을 벌이며 시리아 난민 아이들을 돕기도 한다.

무터는 세계적인 지휘자 겸 작곡가와 앙드레 프레빈과 비밀리에 재혼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1989년 27년 연상인 변호사 데틀레프 분더리히와 결혼한 무터는 두 명의 아이를 뒀지만 6년 만에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2년 자신보다 34살 많은 프레빈과의 재혼은 4년 뒤 파경을 맞았지만 두 사람은 음악적 동지 관계를 꾸준히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데뷔 40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무터. 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완벽한 밸런스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세상을 더 좋게 할 수 있다고 믿는데, 제 일이 그것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죠.”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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