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 변경을 하루 앞두고 국내 증시에서 6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주식을 팔아치우는 ‘기록적인’ 매도세를 보였다. 14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지난 2016년 1월 이후 최장기 매도 랠리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하루 새 4,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으나 기관이 이를 모두 받아내는 등 두 투자주체 간 매매경쟁이 뜨겁게 펼쳐졌다.
26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5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2013년 6월13일 하루에 9,550억원어치를 유가증권에서 순매도한 후 단일 거래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순매도액이다. 이날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을 보면 삼성전자가 3,90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K하이닉스(810억원), 현대차(399억원), 셀트리온(207억원), 엔씨소프트(261억원) 등의 순이었다.
MSCI 지수 정기 변경을 목전에 둔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MSCI 지수 정기 변경을 앞두고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진 점이 증시에 마이너스 요소였다”고 평가했다. MSCI는 이날 장 마감 후 신흥시장지수(EM 지수) 정기 변경을 진행할 예정이며 한국 증시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외국인의 매도 랠리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예상한 매도물량은 2조5,000억원대였으나 실제로는 1조원 가까이 더 쏟아진 셈이다. 외국인은 MSCI 지수 정기변경을 앞두고 7일부터 이날까지 총 3조2,30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는 2016년 1월7∼26일의 14거래일 연속 순매도(2조9,750억원) 이후 최장기간에 해당한다.
외국인이 그야말로 ‘매도 폭탄’에 나선 이날 기관이 7,603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5포인트(0.10%) 내린 2,121.35에 거래를 마치며 사흘 만에 하락 전환했다. 외국인이 매도 공세에 나서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7원 오른 달러당 1,176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수 리밸런싱 외에도 아람코 상장 이슈로 12월까지 외국인 매도 압력이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며 “여기에 코스피200 지수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30%를 웃돌 경우 인덱스펀드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비중축소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