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200곳 중 113곳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수탁액 100억원이 안 되는 곳이 20곳을 넘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펀드 판매 규제가 대폭 강화돼 내년에는 문을 닫는 운용사가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4분기 자산운용사 275곳의 순이익은 2,06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0% 줄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는 25.6% 증가한 것이다. 자산운용사 중 142곳(51.5%)은 흑자를 냈지만 133곳(48.4%)은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사모 전문 자산운용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 전문 자산운용사 200곳 중에서는 56.5%인 113곳이 3·4분기에 적자였다. 지난 2·4분기 말에는 186개사 중 101개사(54.3%)가 적자였다. 사모펀드 운용사도 그 사이 14곳 증가했고 적자를 낸 곳은 더 늘어난 것이다.
이는 올해 독일국채연계 파생상품(DLF)과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수탁액이 6월 말 5조8,900억원에서 지난 22일 기준 4조2,294억원으로 약 5개월 만에 1조6,606억원이 줄었다. 공모운용사로 전환해 1,000억원의 공모펀드를 모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387억원의 수탁액이 감소했다.
중소형 운용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달 22일 기준 수탁액 100억원이 안 되는 곳이 22곳, 500억원 미만이 73곳, 1,000억원 미만 운용사는 105곳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판매 규제를 대폭 강화한 소비자보호 방안이 나오면서 향후 문을 닫아야 하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도 절반 이상의 사모전문 운용사들이 적자를 냈는데 규제가 본격화되면 사모펀드 시장의 추가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수탁액 1,000억원이 안 되는 중소 규모의 운용사들은 가입액 1억원짜리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다”며 “갑자기 3억원으로 최소 가입 문턱이 높아지면 약 100곳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설 곳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 사모 운용사는 2017년 116개였으나 2018년부터 자본금 요건이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완화되면서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156개로 늘었으며 올 들어서만 44개가 추가되며 9월 말 기준 200개에 달했다. 한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규제가 본격화되면 내년에 문 닫는 운영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선제적인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신규 자산운용사의 지속적인 진입 증가로 전문 사모 운용사를 중심으로 적자 비율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신설 자산 운용사 등 수익 기반이 취약한 회사의 재무 현황, 리스크 관리 실태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운용자산 내용 및 운용구조, 펀드별 환매 형태, 유동성, 레버리지 현황 등에 대해 면밀히 점검·분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