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과 LG화학(051910)간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 측에 적신호가 켜졌다.
2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불공정수입조사국(OUII·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은 지난 15일 “LG화학의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OUII는 ITC 산하 조직이지만 공공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 기관으로 소송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LG화학은 이달 초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증거인멸 등을 벌였다고 주장하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 요청한 바 있다. LG화학은 증거개시 등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하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고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OUII는 “SK가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런 행위들 중 일부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며 LG화학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을 인정했다. OUII는 조기패소 판결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다만 SK 측이 쟁점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하므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답변서를 최근 ITC에 제출했으며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와 관련해 “SK는 ITC의 어떤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고 있고 소송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있어서 일체 증거인멸등을 할필요가 없다”며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증거인멸 주장은 근거가 없고 충분히 소명될 내용이며 이미 소명자료를 IT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OUII의 의견은 SK이노베이션의 소명이 전달되기 전에 나온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의 소명을 보면 충분히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ITC는 LG의 주장뿐 아니라 SK의 입장 등을 충분히 반영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 및 OUII의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 원고가 제기한 조기패소 판결을 수용하면 예비판결 단계까지 가지 않고 피고가 패소 판결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 측이 패소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 등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