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고통이자 사회재난의 대명사가 된 미세먼지와 관련한 소식이 최근 연이어 전해졌다. 지난 주말 세 나라 환경장관들이 미세먼지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고 한다. 겨울철 고농도 사태의 걱정을 앞에 둔 국민들에게 한중일이 미세먼지와 관련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는 뉴스는 희망적이다. 또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국제 공동 연구’의 결과를 인용해 우리나라에 미치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연평균 32%라고 발표했다. 각국이 미세먼지 발생원별 영향을 계산한 후 이것을 평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 대한 각국의 온도 차가 크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책임을 미루던 중국이 그나마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감지덕지하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 언론은 한국의 미세먼지에서 자국 영향이 51%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의 영향은 없는 것처럼 보도하며 다시 한번 ‘북경오리의 발’을 내밀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사실 시간대별 평균값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차라리 최댓값이나 누적값을 비교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수 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조건별 영향과 계산의 정확성은 따지지도 않고 세 나라가 한 계산을 평균한 것은 마치 세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방귀를 뀌었는데 범인을 알 수 없어서 각자 3분의1씩 방귀를 뀌었다고 계산하는 것과 비슷하다.
진실과 사실을 숫자로 표현하면 믿음이 간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발생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큰 숙제는 믿을 만한 객관적 자료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발전소나 제조업 작업장, 건설기계, 자동차, 주거 및 상업 시설, 비산먼지 등 다양한 발생원으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는 발생 과정이 복잡다단해 측정이 어렵다. 기후와 날씨 조건에 따라 2차로 생성하는 미세먼지의 발생 기구에 대해서 조각 이론과 가정, 국부적 측정치로부터 추산하는 방식으로 간접적 계산만 이뤄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32%도 그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다.
석탄화력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기여도가 15% 정도라고 하고, 경유차도 초미세먼지 기준으로 9% 정도 기여하며 고농도 발생시기에 기여도는 고작 3% 정도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고농도 사태 때 석탄화력 발전소와 자동차를 모두 세운다고 해도 미세먼지 농도 저감에는 효과가 없이 애꿎은 사업자들만 골탕 먹고 비용만 천정부지로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성급하고 감상적 구호의 자리에 과학기술을 되돌려 세워서 객관적이고 합리적 자료와 논리를 수립하고 공격적인 기술개발과 국제공조를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때다.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국가 연구과제도 시작하고 과학기술자들이 스스로 각각 장기적 연구를 시작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파악과 해결에 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은 다행스럽다. 잘못된 숫자로 진실을 가리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큰 퇴보일 수 있다. 숫자 앞에 겸손하자.